조정일 코나아이 대표는 새로움을 갈구하는 물리학도 출신 경영자다. 대학에서 물리학과를 전공한 뒤 대우통신과 한국정보통신 기술연구소에서 10여년간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이 시기를 ‘행운의 날들’이라고 표현했다. 조 대표는 “지난 1980년대 초반부터 애플의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정보기술(IT)업계의 구루들이 등장하면서 IT가 큰 산업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최전선에서 보고 느낄 수 있었다”면서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IT 혁명에 동참할 수 있었고 컴퓨터의 기본 원리부터 설계까지 모든 것을 직접 듣고 배우면서 기초를 탄탄히 한 게 오늘날 기업을 경영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회상했다.
1997년 외환위기는 우리 경제에 멍에를 안겨줬지만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조 대표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 새 정부가 외환위기 극복의 방안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창업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구소에 사직서를 낸 지 3개월 만에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다”면서 “하지만 위기 속에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1998년 퇴직금 2,500만원으로 KEB테크놀로지(코나아이 전신)를 창업했다. 다행히 외환위기 이후 들어선 DJ정부가 벤처 창업을 국정과제로 강조하면서 창업 초기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논리적인 사고를 중요시하는 물리학은 그가 하루에도 수십 차례 경우의 수를 따지고 가장 최선의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압박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에서 만류 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듯이 조 대표가 물리학도로서 갖춘 세심한 관찰력은 기술이 금융을 선도하는 핀테크(Fintech) 시대의 도래를 미리 읽어내고 코나아이를 만들게 했다.
조 대표는 “물리학은 일반 수학과 달라 물리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물리학 기반의 사고력은 어떻게 보면 사회적 현상을 유추해내는 사고력과 굉장히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과학이나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사회를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끌어내는 데 굉장히 강점이 있다”면서 “기술을 이해할 때도 물리학의 기초 지식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물리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항상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누군가 불편함을 느낄 때 그걸 해소해주는 게 모든 비즈니스의 출발”이라며 “그런 면에서 평소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은 사업을 구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코나카드가 다양한 색깔, 톡톡 튀는 문구로 소비자의 주목을 받는 것은 조 대표의 이런 철학의 결과물이다. 그는 “코나카드가 기존 카드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갖고 싶은 카드를 지향하는 것”이라며 “카드 한 장에도 다양한 스토리와 기발한 문구를 담은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코나아이에는 마케팅 인력에 버금가는 40여명의 카드 디자인 인력이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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