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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재발견]라이마스 공간의 균형미를 '밝히다'

곽계녕 라이마스 대표 인터뷰

1973년 설립된 삼일조명

2010년 라이마스로 리브랜딩

'튀지 않되 단순하고 견고하게'

패키징, 마감 디테일 차별화 주력

라이마스의 을지로 사옥 1층 쇼룸 내부 모습 /신경섭 작가




“기자님은 어떤 조명 쓰세요?” 지난 13일 라이마스 을지로 사옥에서 만난 곽계녕 대표는 대뜸 “왜 집을 살 때 주방이 어느 브랜드냐, 샷시는 어디 거냐 하나하나 따지면서 조명은 신경 쓰지 않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내게 조명은 늘 ‘기본 값’이었다. 집을 살 때나 전셋집을 구할 때나 달려있는 등이 쓸 만한 모양새냐 아니냐만 가늠했지 브랜드를 따져 볼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잠깐의 정적을 깨며 곽 대표가 말을 이었다. “그렇죠? 우리 집 조명이 어느 브랜드 거라고 바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없어요. 그래서 성장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 있게 ‘우리 집 조명은 라이마스거야’라고 이야기하는 그 날이 올 거라 믿거든요”

라이마스 곽계녕 대표 /사진제공=라이마스


곽 대표는 제조업 2세다. 1973년 아버지가 시작한 삼일조명을 2010년 도맡으면서 라이마스로 리브랜딩했다. 6개월여간의 개발기간을 거쳐 2012년 선보인 천장등 시리즈 ‘에어’로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에어 덕분에 라이마스의 2012년 매출은 2011년 동기 대비 6배 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공이 제조업 2세라는 꼬리표에서 쉽게 연상되는 ‘잘 닦인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2010년 삼일조명은 존폐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곽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2010년 2월이었어요. 어머니 생일에 가족들이 모여서 밥을 먹는데 아버지가 힘들다며 회사를 접어야겠다고 하셨죠. 깜짝 놀랐어요. 솔직히 제 히든카드라고 생각했거든요. 내 걸 해봐야겠다는 욕심도 있었던 터라 일단 아버지께 기다려 달라 말씀드렸죠. 부담은 없었어요. 잘 되고 있었으면 망칠까봐 두려웠겠지만 안 되고 있어서 일단 해 볼 수 있는 건 다해보자 라는 패기와 오기가 생겼죠. 28살이라 어리기도 했고요.”

라이마스의 을지로 사옥 1층 쇼룸 전경. /신경섭 작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패기만 가지고 무턱대고 사업에 뛰어든 건 아니었다. 곽 대표는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한참을 고민했다. 라이마스를 맡기 전 건축사무소에서 2년간 일했던 경험을 최대한 살려보자 마음먹자 일은 쉽게 풀렸다. “제가 3D나 사진 찍는 건 자신있었거든요. 당시에 조명업체들은 제품만 찍어서 팔았어요. 중요한 건 조명이 공간에 어떻게 어우러지느냐 잖아요. 그래서 각종 공간에 조명을 설치한 후에 사진을 찍었어요. 그 사진을 유통업체에 뿌렸죠. 지금은 그런 사진이 당연해 보이는데 당시에는 거의 없었어요.” 라이마스가 마감에 더욱 집중하기로 한 것도 이때부터다. “자본이 많은 쪽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일단 저희는 그럴 돈이 없었어요. 조금 비싸도 오래 쓸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조명을 만든다. 이게 생존전략이 된 거죠.”

라이마스가 2012년 내놓은 천장등 ‘에어’ 제품사진. /신경섭 작가


라이마스의 디자인 철학은 명확하다. ‘시대가 원하는 조명을 만든다.’ 기능적 용도를 넘어서 심미적 요소까지 추구하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24시간 예쁜 조명’이 필요해지자, 곽 대표는 불이 꺼졌을 때도 램프가 노출되지 않도록 내부를 마감하기로 했다. 첫 개발제품인 ‘에어’의 탄생이다. 천장등인만큼 가벼워 보일 수 있게 세로 부분에 테두리도 넣었다. 금형은 하나만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앞쪽과 뒤쪽 두 개의 금형을 맞붙이는 방식 대신 하나를 뒤집어 반대쪽에 끼우는 방식으로 제작한 것. 부족한 비용을 아이디어로 해결한 셈이다.

가장 반응이 좋은 민트그레이 색상의 팬던트 ‘hoxton’ 조명. /신경섭 작가




라이마스에는 무채색 톤의 제품이 많다. 조명은 공간의 ‘조연’이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조명이 너무 튀는 색깔이면 공간의 균형감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게 곽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형태는 단순하지만 견고할 것. 색상은 색약인 내가 보기에도 괜찮을 것”이라며 제품을 내놓는 기준을 설명했다.

라이마스가 초창기에 선보인 팬던트 조명. /신경섭 작가


라이마스가 초창기에 선보인 팬던트 조명. /신경섭 작가


패키지 디자인, 메이킹 영상 등 다른 조명업체에서는 하지 않는 색다른 시도들도 눈에 띄었다. 이유를 묻자 “고객의 행복함을 망칠 수 없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택배를 받을 때 그 즐거움 있잖아요. 같은 제품이라도 신문지로 우겨 넣은 포장과 설명서가 동봉된 전용 박스 중에 어떤 게 더 선물 받은 기분일까요? 전용박스는 파손의 위험도 줄여주고요. 다들 포장비용 올라간다고 만류했는데, 전 상관없었어요. 택배가 오는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잘 아니까요.” 메이킹 영상도 마찬가지다. “기술 노출이라고들 하는데 사실 감출 게 있을까요? 내가 사는 이 조명이 어떻게 만들어진다 라는 걸 보여주면 브랜드의 신뢰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전기제품은 위험하다는 편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안전하게 철저하게 만든다는 걸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거죠.”

라이마스의 패키지 디자인 이미지컷. 전용 패키지 박스를 제작해 고객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뒀다. /사진제공=라이마스


라이마스의 패키지 디자인 이미지컷. 전용 패키지 박스를 제작해 고객의 즐거움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뒀다. /사진제공=라이마스


라이마스는 또 다른 변화를 준비중이다. 6개월 안에 두 손들고 떠날 거라는 주변의 시선을 뒤집었듯 유리·플라스틱 등 새로운 재료를 활용해 다시 한번 시장을 뒤집겠다는 게 곽 대표의 새로운 목표다. “사라질 것 같은 회사였는데 오래가는 기업이 됐잖아요. 목표는 100년 기업이에요. 3대를 잇는 그런 기업이요”.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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