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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옥영의 해외경매이야기]붉은색·인체 뒤엉킨 추상적 에로티시즘...'680만弗 최고가' 뚫을까

세실리 브라운이 물감에 녹여낸 욕정의 그림값

1999년작 '갑자기 지난 여름' 최근 8년새 7배 껑충

가장 많이 팔린 현대미술 작가 20명중 10위에 올라

'피자마 게임' 25일 경매...새로운 기록 세울지 주목

세실리 브라운이 1997~98년 제작한 ‘피자마 게임(THE PYJAMA GAME)’ 193×248.9cm 크기의 대작 유화로 오는 25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사진제공=서울옥션




최근 미술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생존작가 시장의 강세다. 세계 최정상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Art Basel)과 스위스 금융기업 UBS가 발행한 ‘2018 아트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세계 미술시장에서 거래된 현대미술의 총액은 전년 대비 12% 상승한 62억 달러로 전체의 약 46%를 차지하며, 그중 생존작가 작품의 거래 금액은 약 26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19% 늘었다. 그간 현대미술 시장에서 생존작가의 비중은 미미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20년 이내에 제작된 작품으로 2017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작가 20명의 순위에는 사이 톰블리 등 일부 작고작가 외에 루돌프 스팅겔·요시토모 나라· 야요이 쿠사마·데이비드 호크니 등 대부분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생존작가들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들 20명의 거래 총액이 전체의 약 5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근래에 제작되었어도 ‘검증된’ 일부 현대작가들의 대표작들이 현재 현대미술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술작품이 새로 제작된 경우 1차 시장인 갤러리를 통해 우선 거래된 후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시장에서 작품성에 대한 평가 및 검증이 완결되면 이를 바탕으로 2차 시장에 나와 다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그 기간이 점점 짧아지는 추세를 보이며 비교적 최근에 제작된 작품들도 경매 시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 20명의 작가 리스트에는 또한 1960년 이후 출생한 작가들도 7명이나 이름을 올렸는데 그 중 세실리 브라운(49·Cecily Brown)은 유일한 여성작가로 거래 총액 기준 전체의 1.6%를 차지하며 10위에 올랐다.

세실리 브라운의 1997~98년 작품인 ‘일곱 형제들을 위한 일곱 신부(SEVEN BRIDES FOR SEVEN BROTHERS)’는 얼핏 추상화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 뒤엉킨 인간의 형상과 묘한 에로티시즘을 느끼게 한다.


세실리 브라운은 1969년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의 명문 슬레이드 스쿨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했다. 성공한 소설가였던 어머니 쉬나 맥케이는 그녀가 12살 때 아버지와 이혼했다. 그런데 그녀가 21살 즈음이던 어느 날에서야 어머니는 세실리 브라운의 아버지가 실은 가족의 절친한 친구였고 당대 영향력 있는 평론가이자 큐레이터였던 데이비드 실베스터라는 사실을 밝혔다. 데이비드 실베스터는 어린 세실리 브라운을 데리고 전시장을 다니며 프란시스 베이컨 같은 대가를 만나게 해줬던 사람으로, 베이컨으로부터 받은 영향은 지속적으로 그녀의 작품에 나타난다. 세실리 브라운이 학교를 졸업한 1990년대 초반 런던의 미술계에서는 yBa(young British artists·젊은 영국 작가들)로 불리는 젊은 미술가들이 독립적인 개성으로 다양한 재료와 자유분방한 미디어를 사용해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을 배제한 새로운 개념미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브라운은 이러한 분위기가 ‘회화(Painting)’, 즉 그림을 그리는 것에 관심이 있던 자신과는 거리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래서 원하는 작업을 할 수 없을 만 같은 런던을 뒤로하고 1995년 뉴욕으로 갔고 오래지 않아 뉴욕 화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인간의 형상에 초점을 맞춰 추상의 영역을 탐구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대상과 배경이 중첩되고 물감의 층위가 뒤섞이며 표면으로 드러나는 추상과 구상의 미묘한 경계를 즐기는 동시에 히에로니무스 보스와 피터 브뤼헐, 유진 들라크루와 등 거장들의 에너지를 따라 미술의 역사 속을 거침없이 여행했다. 그리고 이때 표면적으로는 독일 표현주의,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를 연상시키지만 내용적으로는 다양한 시기와 양식을 뒤섞고 절충하기에 두려움이 없는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만들어졌다.



1997년 다이치 프로젝트(Deitch Projects)에서의 첫 개인전과 그다음 해 바로 두 번째 개인전을 통해 브라운은 상업적으로뿐 아니라 평단에서도 큰 성공과 관심을 끌었다. 29세의 나이에 세계 제일의 화랑이라 부를 만한 가고시안 갤러리(Gagosian Gallery)에 소속됐으니 세실리 브라운은 더욱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1997년부터 시작된 대규모 회화 작업 시리즈 중 하나인 ‘피자마 게임(The Pyjama Game)’이 오는 25일 열리는 서울옥션(063170) 홍콩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세실리 브라운의 1999년작 ‘갑자기 지난 여름’은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약 680만 달러에 팔려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사진출처=소더비


1998년 두 번째 뉴욕 개인전에 나왔던 작품으로, 제목은 리차드 파이크 비셀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헐리우드 뮤지컬 ‘파자마 게임’에서 가져왔다. 그녀는 종종 고전 영화나 희곡에서 제목을 빌려와 대중문화 속에 담긴 풍성한 시각적 효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첫눈에는 마치 거대한 월풀 속에 붉은색과 핑크색 물감이 뒤섞여 돌아가는 듯한 추상적 풍경이지만 이내 우리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무수한 형태와 인물들의 형상을 발견하게 된다. 남녀의 두상이 하나로 합쳐져 보이는가 하면 그들의 팔과 다리는 역동적으로 뒤엉켜 있고, 몸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듯 유동적인 형태로 늘어진 여인의 얼굴들이 놓여지고, 한 편에선 마치 거울을 암시하듯 반전된 이미지로 드러나는 형상들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며 욕망이 넘치는 신체의 조각들을 쏟아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추상과 구상의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 시리즈의 작품들은 인체와 인체의 부분들이 서로 펼쳐지고 뒤엉켜 녹아드는 화면을 특징으로 하는데, 커다란 린넨 캔버스 전면을 가득 채운 에로티시즘은 두껍게 올라간 물감의 층위에 의해 한층 강조되어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끈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1999년작 ‘갑자기 지난 여름(Suddenly Last Summer)’은 지난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약 680만 달러(약 76억원)에 팔려 작가의 최고가 거래 기록을 만들었다. 2010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와 약 100만 달러에 거래된 작품이 8년 만에 다시 나와 7배 가까운 가격 상승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피자마 게임’은 지난 지난 2007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약 160만 달러에 거래된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예상 추정가는 약 400만~600만 달러다. 이번에 홍콩에서 작가의 최고가 거래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옥션 국제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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