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모두가 머릿속에서 공유하고 있는 콘텐츠는 종교와 역사, 그림책입니다. 이 중 종교와 역사를 재해석하는 열풍이 나타났었죠. 이제 어른들이 그림책을 재해석하는 데에 재미를 느낄 걸로 보고 창업에 나섰습니다.”
석희경(31·사진) 원더모먼트 대표는 13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원더모먼트라는 회사명처럼 밋밋한 일상에 로맨틱한 숨결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고정화된 콘텍스트 속에 머물면서 재해석을 하지 않는 현상이 강한데 모두가 알고 있는 그림책으로 콘텍스트를 재해석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똑같은 일상도 좀 더 풍성하게 맛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원더모먼트는 지난 2016년 설립과 동시에 시련을 겪었다. 첫 사업모델은 직접 제작한 영상 등의 문화콘텐츠에 나오는 한국 제품을 외국인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퀄리티 높은 영상에 중국 업체로부터의 문의도 이어졌으나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중단해야만 했다.
예상치 못한 이슈로 타격을 입은 석 대표는 창업 전 브랜드 컨설턴트로 일했던 4년의 경험을 살리기로 결심했다.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가장 유망한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고 결국 동화에 도달했다. 석 대표는 “학창시절 미국에 머물 때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로 된 그림책을 읽었는데 동화책이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도 가진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때부터 다양한 그림책을 읽는데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는 그림책을 다양한 방향으로 읽게 하는데 한국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요약본에 머무는 것이 안타까워 그림책을 사업아이템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원더모먼트는 오는 26~27일 샤를 페로의 ‘빨간모자’를 테마로 한 ‘어른들을 위한 오감으로 읽는 그림책 체험전’을 개최하며 첫걸음을 뗀다. 그림책을 보고 읽는 것을 넘어 후각과 미각 촉각 등 오감을 통해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청년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들이 빨간모자를 콘셉트로 만든 액세서리와 과일청, 허브티, 문구류, 비누, 향초 등 다양한 제품도 판매된다. 석 대표는 “실력은 좋은데 판로가 여의치 않은 청년 아티스트들이 원더모먼트와의 스토링텔링을 통해 자기 작품을 브랜드화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빨간모자에 이어서는 서울 메트로미술관 등 다양한 무료 대관공간에서 동화책의 주인공을 주제로 한 ‘비밀의 서재 체험전’을 열 계획이다. 참가자가 서재에 놓여있는 다양한 책과 다이어리, 그림, 영상 등을 보고 과연 이 서재가 어느 주인공의 서재일지를 추측하는 방식이다. 석 대표는 “원더모먼트는 앞으로 동화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과 방문객들의 참여가 가능한 체험전을 꾸준히 개최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코엑스 등에서 체험형 전시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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