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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 24/7]신형 구조정에 잠수요원도 배치...'제2 영흥도 참사' 막는다

■해경 '영흥 구조 거점 파출소'

3억 들여 전용 계류시설 설치

출동 시간 5분으로 대폭 줄여

올 예산 역대최대 1.3조 확보

안전인프라·조직강화에 투자

잠수인력 확충은 여전히 과제

해양경찰들이 인천 영흥도 앞바다로 출동해 사고가 잦은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사진제공=해양경찰청






인천 옹진군 영흥도 앞바다. 미세먼지가 잔뜩 낀 가운데 파도가 평균 0.6m 높이로 잔잔하게 일었다. “사고 났던 해역에 가보자”는 신필수 해양경찰청 영흥파출소장의 지시에 따라 엔진에 시동이 걸리자 연안구조정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도가 높지 않았지만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배가 흔들렸다.

구조정이 순찰한 곳은 지난 2017년 12월 급유선과의 충돌로 낚시 어선이 전복돼 승선자 22명 중 15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해역. 최근 배낚시가 레저 활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11일 통영 육지도에서 14명이 탄 낚싯배가 전복돼 5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처럼 낚시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관련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해경은 신속한 초동 대응으로 구조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구조 거점 파출소’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인천 영흥파출소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인천 송도로 본청을 옮긴 해경은 올해 역대 최대 예산을 확보해 구조 거점 파출소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신 소장은 “겨울은 배낚시 비수기지만 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잠수인력과 함께 인근 해역을 수시로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필수(오른쪽) 해경 영흥파출소장과 해양경찰들이 연안구조정과 잠수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해양경찰청


◇구조정·잠수인력 확보로 신속한 사고·구조 대응 가능해져=바다는 답답했던 마음을 뚫어주고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휴양지지만 한번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해경은 인명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사고가 잦은 지역의 파출소를 구조 거점 파출소로 지정하고 사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잠수인력과 연안구조정을 확충하고 있다.

영흥도는 서해안에서 배낚시가 성행하는 지역의 길목에 위치해 영흥파출소가 구조 거점 파출소로 지정됐다. 영흥파출소에는 파고 3m에도 운항이 가능한 신형 연안구조정과 잠수인력 7명이 배치돼 있다. 이전에는 파출소의 관할 해역에서 전복 사고가 나더라도 잠수인력이 없어 인명구조를 하는 데 제한적이었다. 잠수인력을 갖춘 구조대가 출동해야 해 구조까지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3억원을 들여 전용 계류시설까지 설치해 출동시간을 약 5분으로 단축했다. 전용 계류시설이 설치되기 전에는 일반 민간 어선과 함께 묶어 구조정을 계류해야 했다. 신 소장은 “지난해에만 영흥 일대에서 일반 어선 25건, 레저 선박 38건, 고립자 25건 등 총 856건의 사건·사고가 일어났다”면서 “서울 면적의 1.5배나 되는 해역을 관할하고 있는데 잠수인력에다 신형 구조정까지 확보해 현장 대응력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신필수 해양경찰청 영흥파출소장이 인천 옹진군 영흥파출소 앞에서 구조 거점 파출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해양경찰청


◇조수 간만의 차가 큰 서해…고립자 구조요청도 많아=지난 6일 영흥파출소로 긴급한 구조요청이 접수됐다. 관광객 3명이 썰물 때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길로 무인도인 목섬 관광에 나섰다가 밀물로 물이 차올라 고립됐다는 내용이었다. 목섬은 하루에 두 번 6시간씩 바닷길이 열리는 인천 지역의 인기 관광지다.

공식적으로는 6시간씩 바닷길이 열리고 닫히지만 파도의 세기와 바람 등에 따라 시간이 더 짧아지기도 한다. 영흥파출소에 성수기에 물때를 놓쳐 들어오는 구조요청만 하루에 5건가량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흥파출소에서 2년째 잠수 전문인력으로 근무해온 김승환 순경은 “사람들이 물때 시간을 모르고 들어갔다가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미리 물이 차기 전에 순찰차로 안내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해역에 비해 서해는 조수 간만의 차가 커 이 같은 사건·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두 달 전에는 구조활동 중 순찰차가 바닷물에 침수되기도 했다. 당시 해경은 목섬에서 망둥이 낚시를 하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고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었다. CPR을 하는 와중에도 목섬을 잇는 길에 물이 계속 차올랐다. 순식간에 물이 차면서 순찰차가 바닷물에 침수된 것이다. 지금도 영흥파출소 내 화이트보드에는 ‘목섬, 드무리 해변, 농어 바위에 고립자 주의’가 첫 번째 주의사항으로 적혀 있다.

◇역대 최대 예산 투입…내년까지 구조전문가 1,000여명 확보=해경은 재난사고 때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3,732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늘어난 예산은 해양 재난사고 대응력을 강화하고 구조안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해경은 올해 구조·안전 인프라 확충에 819억원, 각종 해양 재난·사고현장 대응력 및 조직력 강화에 1,335억원을 중점 투자할 계획이다. 당장 구조 거점 파출소도 25개로 늘어나고 구조정 전용 계류시설도 추가 설치된다.

다만 잠수인력 확충은 여전히 과제로 지적된다. 쭉 뻗은 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한 서해 바닷속에 잠수해 사람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30분 이상 바다에 잠수할 수 없고 잠수 과정에서 쌓인 질소로 잠수병이 나지 않게 쉬어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잠수인력 확충은 시급하다. 손으로 더듬어가며 실종자를 찾는 상황에서 바다에 들어가는 잠수인력 2명 외에 상황을 전반적으로 지휘해줄 감독관까지 갖춰야 한다. 김 순경은 “잠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바닷속에 잠긴 20㎏ 크기의 사람만 한 인형을 잠수해서 데리고 나오는 식의 시험을 통과해야 잠수 전문 해경으로 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2020년까지 구조 전문인력 1,083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에만 101명을 추가 채용하는 것 외에도 기존 경찰관을 구조 전문인력으로 자체 양성하는 방안을 병행한다. 신 소장은 “예전에는 훈련도 시나리오를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했다면 이제는 실전과 같이 불시에 갑자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영흥파출소 관할 내에서 국민들이 안전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영흥도=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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