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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그룹을 '은행속 은행'으로"...독자기술도 오픈 만지작

[디지털에서 미래찾는 금융 <2>우리은행]

손태승 회장 "디지털도 돈 벌 수 있다는 것 보여줘야"

외부업체와 고객 공유하는 '오픈 커스터머' 확대 예정

올 상반기 개발지원센터 신설...스타트업 투자도 늘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 26일 열린 ‘2019 경영전략회의’에서 디지털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임직원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우리은행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사무실을 서울 중구 회현동 본점 건너편에 있는 남산센트럴타워 건물로 옮겼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은행 조직문화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펼쳐내기 위해서는 공간 분리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사무실 이전을 지시하면서 “디지털 부문은 미래 금융지주의 핵심 성장동력”이라며 “인력에서 예산까지 필요한 자원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의 생존이 디지털 전략에 달려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새롭게 이전한 디지털금융그룹 임직원들은 리스크를 싫어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은행원 DNA를 바꾸는 작업에 즉각 착수했다. 단순히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캐주얼 복장을 하는 수준이 아니다. 사무실 내부 공간에 칸막이를 모조리 없애는 것은 물론 아예 개인 책상까지 치워버렸다. 디지털그룹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하는 순서대로 사무실 중앙에 마련된 대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업무를 시작한다. 이때 원칙은 단 하나, ‘원하는 자리에 앉되 어제 앉은 좌석에 오늘 다시 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부서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고 굳어진 사고의 틀도 깰 수 있다.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을 이끄는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은행 문화가 경직적이라고 하는데 우리은행에 합류해보니 개인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상대적으로 더 우대해주는 유연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며 “디지털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올해 디지털 전략은 크게 △개방 △외부 협업 확대 △은행 속 은행(Bank in Bank)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오픈 파이낸스 전략에 따라 외부 개방을 통한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금융권에서 추진했던 폐쇄적 방식의 혁신이 아닌 은행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은행 내외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해 자유롭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오픈 데이터’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계획이다. 은행 내부의 상품·서비스 개발 같은 고유 업무를 외부에 개방하는 오픈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개발도구) 전략도 추진하는 한편 외부 업체와 고객을 공유하는 ‘오픈 커스터머’ 방안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위비뱅크도 이 같은 전략 아래 새 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같은 해외 금융그룹은 이미 독자적으로 갖고 있는 기술까지 오픈소스 형식으로 외부에 공개해 영업기밀까지 과감히 제공하는 혁신적 개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가 유통회사, 플랫폼 회사들과 직접 경쟁하는 시대가 오고 있어 디지털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외부 기업과의 협업은 지금보다 더 확대할 예정이다. 과거에 비해 외부와의 ‘협업 생태계’가 은행 경쟁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핀테크 및 플랫폼 기업들과 미리 긴밀한 협력체계를 만들어놓아야 미래 디지털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은행 영업지점에 방문하는 내점 고객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다수의 고객기반을 확보한 외부 플랫폼사, 국내외 지급결제사와의 협업을 추진하는 ‘디지털 다이렉트’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 디지털 다이렉트 마케팅은 별도의 성과지표를 개발해 조직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한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위비핀테크랩을 확대하는 한편 대형 정보통신기술(ICT)들과 협력해 스타트업 대상 개발지원센터를 올해 상반기 중 신설할 계획이다. 그뿐 아니라 3조원 규모의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직접 투자를 진행하는 등 기술제휴와 직접투자를 병행해 디지털 생태계 구축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같은 세부 전술을 통한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의 최종 목표는 독자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은행 속 은행’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디지털금융그룹이 일종의 인터넷전문은행 역할을 해 영업점에 의존하지 않고도 돈을 벌어오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손 회장도 디지털금융그룹에 대해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조직 모델을 구축해달라고 지시했다. 우리은행 또한 디지털 금융 관련 인재 확보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부 인재도 적극 채용할 계획이다. 이미 디지털금융그룹 내에서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생체인증, 머신러닝 등 다양한 ICT 전문인력이 활동하고 있다. 은행의 ICT 전문가들이 전문지식을 융합할 수 있는 인적 구성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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