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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낙관주의자의 비옷

김영필 경제부 차장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커지던 지난 2007년 열린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국정감사는 지금 봐도 흥미롭다. IMF 위기 이상의 충격 발언 때문이다.

신국환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불안한 환율과 그에 따른 급격한 외화 유출입 가능성을 지적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반응은 침착했는데 과거 단기외채의 성격과 지금은 판이하게 다르다는 요지였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데는 1년이 안 걸렸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고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0원대까지 치솟았다.

외환위기 때는 4개월이면 충분했다. 1997년 7~8월 재정경제원은 ‘펀더멘털론’을 들고 나왔다. 동남아시아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것이다. 국내 언론도 이를 받아쓰기 바빴다. 대통령도 진실을 몰랐으니까. 그해 11월21일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을 공식화했다. 모두가 아는 국가부도의 날이다.

두 번의 위기에서 정부의 예측력은 1년을 넘지 못했다.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계가 있지만 정부가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내가 은행에 세 번이나 속았다”는 말에는 이런 뼈아픈 경험이 녹아 있다. 4,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방파제도 쓰나미에는 속수무책이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엊그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알릴레오’에 출연했다. 그중 한 대목이 비관론이다. 정 수석은 “우리 언론을 보면 비관적으로 자꾸 보니까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가 걱정돼 (문재인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하는 거로 이해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좋은 부분만 열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일리가 있다. 경제는 심리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지갑부터 닫는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정확한 상황 판단이다. 위기인지 아닌지부터 알아야 그에 맞는 처방이 나온다.

아쉽지만 지금 정부에는 걱정이 앞선다. 1997년이나 2008년과 비교해 나아진 것이 없다. 더 안 좋은 부분도 있다. “조선과 자동차 산업이 호전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 “경제성장률은 경제발전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 같은 대통령의 발언은 지금의 경제 흐름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정부마저 비관론자가 되라는 얘기는 아니다. 1964~1970년과 1974~1976년 두 차례 영국 총리를 지낸 해럴드 윌슨은 “나는 낙관주의자다. 그러나 비옷을 갖고 다니는 낙관주의자”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 필요한 것이 비옷이다. 위기가 오면 서민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다. 중산층이 무너진 시기가 외환위기 언저리다. 또 한 번의 준비하지 못한 위기는 서민에게 되돌릴 수 없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청와대에 묻고 싶다. 비옷, 준비하고 계십니까?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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