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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차 정상회담 하노이서 개최] 北, 혈맹국 도이머이 현장 선택...美 '작은 양보'로 비핵화 유도

■왜 하노이인가

사회주의 개혁·개방 사례 주민들에 선전효과 노려

美, 제재완화 요구에 난색...대신 회담 개최지 내줘

김일성 북한 주석이 지난 1958년 베트남을 방문해 호찌민 전 베트남 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북한은 평양의 한 유치원에 호지명(호찌민)반을 만들고 이 사진을 걸었다. /연합뉴스




북한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도시로 끝까지 하노이를 고집하면서 미국으로 하여금 결국 다낭 카드를 접게 만든 것은 하노이가 가지는 특별한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베트남 남부의 호찌민도 베트남을 대표하는 도시로 꼽히지만 하노이는 베트남의 천년고도인 동시에 국부로 불리는 호찌민 전 주석이 베트남의 민주공화국 독립을 선언한 곳이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1960년대 호 전 주석이 북베트남을 이끌고 남베트남 및 미국과 싸우던 당시 전쟁 물자와 전투 인력을 직접 지원했고 북베트남은 미국을 몰아내고 공산 진영에 의한 국가 통일에 성공했다. 이런 이유로 북한과 베트남은 형제 관계를 넘어 혈맹이 됐고 김일성 주석은 1958년과 1964년 하노이 방문 당시 호 전 주석과 베트남 국민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혈맹의 심장부에서 미국과 담판을 벌이는 환경이 우호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하노이 방문 과정에서 대내 선전용으로 더할 나위 없는 ‘할아버지 후광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2차 회담 계기에 베트남으로부터 국빈 방문 초청을 받아 정상회담까지 진행할 경우 김 주석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향수 자극이 가능하다. 가뜩이나 3대 권력 세습 이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는 할아버지의 길을 추종해온 김 위원장으로서는 최고의 선전 기회를 잡게 되는 셈이다. 호 전 주석 묘소 헌화, 국빈 환영 만찬, 정상회담 등을 통해 베트남과 관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지지도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차 2년 전 방문했던 해안 도시 다낭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지만 북한은 하노이 개최를 계속 밀어붙였다며 “북적거리는 수도 하노이는 김정은에게 베트남 지도자들과의 별도의 양자 회담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부여, 그의 국제적 지휘를 더욱 강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미국과 적대 관계를 청산한 후 ‘도이머이’로 불리는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경제 발전 가도를 달리고 있는 베트남의 현재 모습을 북한 주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공산당 일당 독재를 유지하면서도 개혁·개방에도 성공하는 ‘새로운 길’을 베트남 사례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학습시키려는 시도다.

미국 역시 이런 점 때문에 다낭 개최를 접고 북한의 하노이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경호나 의전 면에서는 다낭이 편리하긴 하지만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2차 회담을 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향해 그간 거듭 강조해온 ‘밝은 미래’ ‘경제 강국’ ‘미국과 새로운 관계’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반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최 도시 선정에서 북한에 ‘작은 양보’를 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신뢰를 쌓는 동시에 비핵화 의제에 있어 미국의 요구를 더 관철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하노이는 북한과 미국·베트남 모두에 나름의 상징성과 미래지향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북한도 미국이 하노이를 받아들인 만큼 그에 상응해 미국에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기 때문에 개최 도시라도 양보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0일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보상으로 제재 완화가 아닌 체제 보장을 제안하는 쪽으로 협상 방침을 바꿨다”며 한번 풀면 되돌리기 힘든 제재 완화보다는 인도적 지원,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제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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