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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가 위한 금융지원은 안된다" …원칙 고수한 채권단

"이대로라면 또 자금 투입해야"

대기업만 돕는다는 여론도 부담

박삼구 컴백 원천차단도 포석도

금호 "내놓을 게 없는데..."비상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생명보험본사에서 열린 ‘신한퓨처스랩 제2출범식’을 마치고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자구책 제출안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채권단이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구 계획안을 거부한 것은 명분 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0년 간의 그룹 워크아웃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대부분의 사재를 출연했고,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인 금호고속 지분을 대부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는 사실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날 산은이 또다시 대주주의 ‘사재출연’을 언급한 건 ‘대주주의 손실 없이는 채권단의 지원은 절대 없다’는 명분을 더 쌓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채권단이 국적 항공사이자 1만 명 이상의 고용을 담당하고 있는 매출 7조 원 짜리 회사를 은행 여신이 적다는 이유로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 다만 금융당국과 채권단 입장에서 그룹의 자구안을 덜컥 수용했다가는 ‘대기업을 또 도와주냐’는 여론의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과거엔 정권 성향이나 지역 사회의 여론에 맞춰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들러리를 서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 이번 만큼은 ‘오너가(家)만을 위한 금융지원’은 없다는 비장함마저 읽힌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와 관련해 키를 쥐고 있는 건 채권단이다. 굳이 시장과 여론의 흐름을 거슬러가며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박 전 회장을 벼랑 끝으로 최대한 몰아세우고 금융지원에 나서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박 전 회장은 과거에도 한번 퇴진했다가 경영 일선에 복귀한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그런 식이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박삼구 회장이 물러나고 아들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그 두 분이 뭐가 다른지, 달라진다고 기대할 만한지를 감안해서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며 압박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박 전 회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할수록 채권단은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여론을 등에 엎고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더욱이 현재 채권단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1년 안에 상환의무가 있는 차입금은 1조3,200억원에 이르지만 당장 이달 안에 갚아야 할 금융권 및 시장성 차입금 약 4,000억원만 해결하면 회사가 굴러가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마저도 금융권 여신의 경우 채권단이 만기만 연장해준다면 오는 4월25일 돌아오는 약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만 상환하면 된다. 6월과 11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자산유동화증권(ABS)는 이 달 안에 금융권의 지원이 결정되면 얼마든지 차환 발행이 가능하다.



산은은 이날 “금호 측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한다 하더라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가정일 뿐이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이 5,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면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ABS 등 시장성 차입에 대한 디폴트 우려는 잦아들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주주의 책임과 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레토릭을 걷어내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5,000억원 정도의 뉴머니만 유입되도 회사는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며 “금융당국과 산은도 이를 잘 알지만 어떤 경우에서라도 박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원치 않기 때문에 먼저 패를 보이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금융당국이나 채권단이 ‘전가의 보도’로 여기는 야시아나항공 매각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시장에 내놓으면 인수자들이 줄을 설 것으로 내다보지만 항공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항공업은 한번 사고가 나면 사람의 생명이 오가기 때문에 금융업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적용받는 라이선스 산업이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는 조현민 전무의 외국인 등기이사 선임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신규취항 및 기재도입을 제한하는 제재를 받았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비행기 착륙 과정에서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국토부로부터 알짜 노선인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에 대해 45일간 운항정치 처분을 받은 상태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는 당초 대기업들이 대거 입찰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지역 건설사인 호반건설만 단독 응찰했다. 당시 금호산업은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자산 가치가 부각되며 매각가격만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써 낸 금액은 6,007억원에 불과했다. 기업 인수·합병(M&A) 로펌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근로자가 숨졌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다”면서 “비행기 한 대가 추락하면 엄청난 인사사고로 이어지는데 어느 대기업 총수가 그런 리스크를 감안하고 항공사를 인수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물류업을 주로 하는 대기업이라면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재무적으로 나빠진 항공사를 비싼 가격을 주고 살 오너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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