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해 충격을 준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업투자가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주요 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열고 “현 경제상황을 엄중히 볼 필요가 있다”며 “1·4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주된 요인 중 하나가 기업투자 부진이었던 만큼 기업의 투자심리가 되살아나야만 성장 흐름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과 투자가 부진했고 정부 부문의 기여도가 이례적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였다”며 “경제성장의 엔진인 기업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앞서 한은은 전날 올해 1·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이며 5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특히 설비투자 증가율이 -10.8%로 성장률을 끌어내린 주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총재는 다만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1·4분기 성장률 발표 직후 국내외 민간 연구기관들 사이에서는 우리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전날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8%로 하향했다. 한은 전망치 2.5%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노무라는 “한은이 내년 1·4분기까지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날 캐피털이코노믹스(CE)도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0%에서 1.8%로 낮췄다. CE는 한은이 올 7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도 최근 올 성장률 전망을 2%대 중반에서 초반으로 줄줄이 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정책당국과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의 경영여건 및 자금 사정을 살펴 필요할 경우 지원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김능현·박민주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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