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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보호서 활용으로' EU도 개인정보 완화...늦으면 4차산업 낙오"

핀테크 육성·보험사기 예방 가능해 美·日·中도 규제 풀어

데이터, 누구나 편하게 활용할수 있지만 오남용 못하게 할 것

韓, 빅데이터 산업 전세계 하위권...신용정보법 개정 서둘러야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 /오승현기자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던 유럽연합(EU)도 이제는 활용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고 우리나라가 신용정보법 제정 당시 참고했던 일본 법률도 최근 EU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에 데이터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신용정보법 개정 등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습니다.”

신현준(53) 한국신용정보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신용정보원 집무실에서 본지와 만나 “각 기관에 산재한 신용 관련 정보는 정책의 빅데이터이자 산업의 씨앗”이라며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결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토대인 신용정보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원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가장 강화했던 EU와 일본 등 주요국들이 이미 데이터 경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법 개정 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내는 여전히 과거의 규제가 남아 경쟁에 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 분야는 은행부터 카드·보험·금융투자 등 다양한 업권에 걸쳐 고객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고 이를 활용해 고객들의 소비·투자행태, 위험성향 등 다양한 분석 결과를 도출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 보호에만 방점을 찍은 기존 법제로는 데이터 경제 진입을 위한 빅데이터 산업 육성 자체가 가로막힌 실정이다. 신 원장은 “우리나라는 데이터 이용을 강조하는 미국·중국에 비해 EU·일본처럼 전 단계에 걸쳐 정보 수집·분석 등 데이터 활용의 이용 제한과 보안 규제가 엄격해 법 개정을 통해 정보 활용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며 “오히려 활발하게 데이터를 이용함으로써 보안과 소비자 권리 보호도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담=김홍길 금융부장 what@sedaily.com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 /오승현기자


국내에도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활용의 문턱을 낮춰주자는 움직임이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전혀 없지는 않다. 지난해 11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가명정보 활용이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등을 허용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10대0 비율로 신용정보 보호에만 치중해온 관련 법안을 이용에도 무게를 둬 7대3 정도로 보호와 이용의 균형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5개월째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논의가 지지부진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상정을 놓고 여야가 정면 충돌하면서 겨우 살려낸 불씨마저 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3월 2대 원장으로 취임한 신 원장은 국회는 물론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법 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그는 “보호와 이용의 관계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업계와 당국의 공감대가 만들어졌지만 국회 상황 때문에 논의가 점점 늦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비금융정보와의 결합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만들어내려면 신용정보법과 함께 ‘데이터 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 등의 동시 개정이 필수지만 이들 법안 역시 통과까지 갈 길이 멀다. 게다가 개인정보 활용 때 정보유출 위험성을 지적하는 시민단체의 비판여론도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신 원장은 “지금의 법제는 개인정보 보호장치의 실효성이 떨어져 보호 관점에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보호와 이용의 균형점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겨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명 조치한 가명정보(비식별정보) 개념이 도입되기 때문에 정보 유출과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 최장 5년까지 고객정보를 보유할 수 있었던 금융기관과 신용정보집중기관(신용정보원)은 5년이 경과한 후에도 가명정보를 보유할 수 있게 되고 이종산업 간 데이터 결합을 통해 빅데이터를 활용,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육성하는 데이터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는 게 신 원장의 설명이다.

실제 미국·중국은 물론 데이터 보호 중심의 법제를 유지하던 EU 등 주요국들 역시 최근에는 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EU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한 일반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GDPR)은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하고 연구·통계작성 등의 목적으로 개인 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으로 EU는 데이터 기반의 혁신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완성한 상태다. 특히 GDPR은 전 세계 정보보호법제를 대표하는 제도로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의 주요 참고 자료가 됐다.

신용정보법 제정 당시 주로 참고했던 일본 역시 보호 중심의 법제를 탈피해 2015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익명가공정보’ 개념을 도입하는 한편 독립적인 개인정보 관리감독기구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EU GDPR의 기준에 부합하는 개인정보 안전지대로서 EU 거주자들의 개인정보 교류 자격을 획득했다. 유럽과 일본이 개인정보 이용과 보호의 공동지대를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에 그치고 빅데이터 활용과 분석 수준은 전 세계 63개국 중 56위 정도로 데이터 경쟁력 지표에서 이미 뒤처지고 있다. 신 원장은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고 불리는 것을 감안할 때 자칫 실기하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인 경쟁에서 낙오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양질의 일자리는 새로운 산업의 물결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데이터 빗장을 열어 신산업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이 개정되면 종합신용정보 집중기관으로서 신용정보원의 역할이 확대된다. 신용정보원은 2016년 은행연합회에서 분리돼 발족한 신용정보 집중기관으로 금융정보를 모아 공신력 있게 관리하고 회원 금융기관 간 원활한 데이터 공유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지만 그간 법망 미비로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가 제한적이었고 활동에도 제약이 컸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면 데이터의 익명조치가 적정한지 평가하고 각 기관이 정보활용·관리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상시평가에 참여하는 것 역시 신용정보원의 역할이 된다.



특히 신용정보원에 개인신용평가체계 검증위원회를 설치, 개인신용평가사의 기초정보, 평가모형의 예측력, 안정성 등을 심의하는 업무도 추가된다. 신 원장은 “이제 설립 당시의 역할에 안주해서는 안 되고 신용정보원이 데이터 중심 경제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며 “법 개정을 계기로 데이터 경제 시대에는 금융 분야를 포함한 빅데이터가 활성화될 텐데 공적 정보를 모으는 기능을 떠나 산업의 씨를 뿌려주는 기관으로서 데이터 경제 시대의 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또 한 가지 핵심내용은 마이데이터 산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의 근거가 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도입한 점이다. 특히 ‘금융회사 위주’의 획일적이고 평균적인 서비스를 탈피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소비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마이데이터 산업에 대한 당국과 업계의 관심이 높다. 신 원장은 “마이데이터를 도입하면 금융 산업 전반의 경쟁이 촉진되고 핀테크는 물론 금융소비자에게도 기회의 장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대형 금융사에 비해 규모와 업력이 부족한 마이데이터사업자가 고객의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이용하도록 지원하는 데 공신력 있는 데이터 집중기관인 신용정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신용정보원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신 원장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타사 중복가입과 누적 가입금액을 확인하도록 하고 보험개발원의 보험사고정보를 분석해 보험사기를 사전에 인지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며 “고액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수·중복보험에 가입하는 모럴해저드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보험사기 가능성을 점수화한 스코어링 정보를 제공해 사기 가능성을 탐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복대출자 예방을 위한 시스템 마련도 추진한다. 신 원장은 “채무자가 대출을 받은 후 대출정보 등이 등록·처리되는 시차를 악용해 동시에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고 최근에는 비대면 대출 활성화로 사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금융회사로부터 금융소비자의 대출신청정보를 집중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는 소비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밑거름”이라고 신 원장이 늘 강조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 수준의 데이터만으로는 제대로 된 데이터 분석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신 원장의 생각이다. 신 원장은 “자영업자는 신용평가 시장에서 미지의 영역”이라며 “빅데이터를 통해 자영업자의 부채 수준이나 부도율 같은 수치를 정확하게 집계하고 예측할 수 있다면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우리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현 수준의 데이터로는 예측 모델을 완성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가령 신용정보원에 수집되는 상당수의 데이터는 체납정보 같은 부정 데이터로 신용정보의 사각지대에 있는 많은 금융소비자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납세정보를 통해 신용이력이 부족해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주부·학생 등 금융 소외자들의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어 소비자의 효용을 높일 수 있고 건강보험료 지급 데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보험 시장의 모럴해저드나 역선택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신 원장의 주장이다.

신 원장은 “서울경제 창업주인 백상 장기영 선생은 ‘신문은 아무나 이용할 수 있고, 누구도 이용할 수 없다’는 어록을 남겼는데 개인정보 등 데이터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누구도 남용이나 해킹 등으로 악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것이 신용정보원이 존재하는 이유 이자 핵심가치”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힘을 싣고 있는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도 신용정보원은 제 기능을 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기업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해 기술력만 갖추면 신용등급도 높아질 수 있도록 여신심사모형을 개편하기로 방침을 세운 가운데 신용정보원은 970만개 기술·특허정보 등을 토대로 기업다중분석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로 했다. 신 원장은 “재무 기반의 신용등급을 중요시하는 보수적 여신 관행을 탈피하려면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일원화하는 등급 모델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올해는 여신모형의 적합성과 일관성을 검증하고 내년부터는 대형 은행부터 통합여신 모형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서경이 만난 사람]신현준 신용정보원장 약력

△1966년 서울 △1991년 서울대 경영학과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 합격 △2000년 미주리대 경제학 석·박사 △2012년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실 기획재정담당관 △2013년 주OECD대표부 주재관 △2016년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 △2017년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장 △2019년~ 한국신용정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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