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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제기한 ISD, 文 정부 리스크 될 것"

FT "엘리엇,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정부개입 주장"

정부 "근거없어" 법무부 중심 TF만들어 대응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지난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소송(ISD)이 문재인 정부를 꼬이게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엘리엇이 한국 정부에 제기한 7억1,800만달러(약 8,360억원)의 ISD와 관련해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출한 진술을 확보했다며 3일자로 이같이 보도했다. PCA는 국제적 분쟁의 중재를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된 국제재판소다.

149쪽의 소장에는 엘리엇 측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청와대와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간섭 때문에 양사 간 합병비율이 적절하지 않은데도 찬성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 현 정부는 잘못이라고 보고 있으나 ISD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이를 뒤집어야 해 소송이 문재인 정부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했던 엘리엇은 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로 제시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합병에 반대한 바 있다.

엘리엇은 지난해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ISD 중재를 신청했으나 정부가 응하지 않자 중재소송을 제기해 분쟁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엘리엇은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금 5억8,130만달러와 올 3월 말 기준 1억3,670만달러의 이자를 청구했다. FT는 또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의 발언을 인용해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한국의 수출이 감소한 가운데 대기업 연관 ISD가 벌어지는 점을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엘리엇의 주장이 근거 없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한 바 있다. 한국 정부를 대리하는 로펌 ‘프레시필즈 브룩하우스 데린저’와 법무법인 광장은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손해 추산액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소송은 현재 별도 중재판정부가 결성돼 진행 중이며 2~3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의 재판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재판정부 의장중재인에는 핀란드 출신의 베이조 헤이스카넨 변호사가 선임됐다. 중재지는 영국 런던이다.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결성해 합동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엘리엇 측에 답변서를 이미 제출했고 공방이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측 답변서에 따르면 “한국 형사법원은 박 전 대통령, 행정부 구성원, 국민연금 직원 등의 위법적인 행위 결과로서 합병이 제안되거나 합병이 통과됐다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 “반대로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서울중앙지법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합병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 또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정부 측은 “엘리엇은 서울고법이 1심의 판단을 뒤집고 삼성이 승계작업과 관련한 청탁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뉴욕=손철특파원 세종=황정원기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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