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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금리인하 깜빡이 켠 한은...핸들은 언제 돌리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통화정책을) 적절히 대응해나가겠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지난 2016년 9월의 금리 인하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통화완화에 나서는 것입니다.

이 총재는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했습니다. 금리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완전히 뒤바꾼 것입니다. 한은이 금리인하 깜빡이를 켠 만큼 이제 남은 것은 언제 핸들을 돌리느냐만 남았습니다.

이주열(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한은 창립 69주년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재는 지난 5월 31일 금융통화위원회 당시만 해도 “아직 인하할 때가 아니다”라며 금리인하에 선을 그었습니다. 당시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1명(조동철 위원) 나왔지만 “말 그대로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당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전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금리인하만큼은 단호하게 ‘노’로 일관했습니다.

한은이 금리인하에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인 것은 ‘부동산 책임론’ 트라우마 때문입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책임론을 의식해 금리를 올렸다”며 “그런데 금리를 다시 내렸다가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났을 경우 그 비난을 감수하기 버겁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2일 만에 한은의 입장은 확 바뀌었습니다. ‘매’가 순식간에 ‘비둘기’로 변신한 것입니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를 시사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침체 장기화입니다. 이 총재는 12일 창립 69주년 기념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경제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큰 요인은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라며 “상반기가 다 지나가는데 반도체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걱정이 있고 미중 무역분쟁 역시 어려운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상저하고’ 흐름을 예상한 기본 전제인 미중 무역분쟁 해결과 반도체 경기 회복이 요원해진 만큼 이제 부동산 시장 안정, 가계부채 억제 등 금융안정보다는 경기살리기에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뜻입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경기 하강’을 인정하며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한은이 언제 핸들을 돌릴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금리인하 시기, 2분기 국내 GDP 증가율, 중국 경기 향방 등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일단 중국의 경기 악화는 숫자로 확인됐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한 지난달 중국의 산업생산 증가율이 큰 폭으로 둔화해 17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습니다. 14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5.0%로 시장 예상치(5.4%)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지난 2002년 2월(2.7%) 이후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합니다. 청와대와 정부가 ‘경기 하강’을 인정하며 추경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완화적 통화정책을 주문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인하 시기를 10월이나 11월로 점쳤습니다. 하지만 더 빨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은은 오는 7월 올해 경제전망 수정을 발표합니다. 현재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로 제시했는데 7월 전망에서는 0.1~0.2%포인트 가량 낮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달인 8월에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올해 한은 금통위는 7월, 8월, 10월, 11월 예정돼 있습니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게 불확실성 입니다. 한은이 금리인하 깜빡이를 켜고 핸들을 꺾지 않으면 ‘깜빡이 켜고 직진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깜빡이를 켜면 첫번째 골목에서 핸들을 꺾는게 교통법규이고 적어도 두번재 골목에서는 꺾어줘야 욕을 먹지 않습니다. 3분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흘러나오는 이유입니다.
/김능현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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