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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본 선임기자의 청론직설] 스타트업과 윈윈···사회적 가치 창출 밑거름으로”

SKT 트루 이노베이션 랩은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19’에 SK텔레콤과 동반 참가한 스타트업 대표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근 서울 을지로 신한L타워에 자리 잡은 SK텔레콤의 ‘트루 이노베이션 랩(True Innovation Lab)’. 방문 당시 입주 스타트업을 교체 중이어서 듬성듬성 빈 사무실이 보였지만 근무하는 스타트업 직원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이 중 세 줄의 글과 한 장의 사진 형식을 갖춘 소셜 일기 애플리케이션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눈에 띄었다. 배준호 윌림 대표는 “간편하게 내 삶을 기록하고 타인과 일기를 서로 공유하는 힐링 앱이다. 국내에서 100만여명이 다운을 받았는데 미국·일본·유럽 등에서도 감성 콘텐츠 플랫폼으로 크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과 감성 인공지능(AI) 등을 SK텔레콤에서 지원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1,300㎡ 규모인 을지로 랩은 3~9인실의 총 12개 사무공간과 40인 세미나실, 30여명 규모의 협업공간(collabo lounge)이 있다. 최신 스마트폰 테스트룸과 3D프린터, 레이저 절삭기, UV프린터 등이 구비된 시제품 제작공간, VR 콘텐츠 등을 만들 수 있는 미디어룸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 연구공원단지에 또 다른 트루 이노베이션 랩이 있다. 총 1,650㎡ 규모에 3~15인실의 총 23개 사무공간과 20인 규모의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지원시설은 을지로 랩과 비슷하다.

유웅환 SK텔레콤 SV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스타트업에 4~6개월간 비용 없이 트루 이노베이션 랩에 입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기회를 잡고 SK텔레콤 역시 자극을 받게 된다”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기회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AI 스피커로 독거노인의 애로를 해결한다든지 혹은 환경이나 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펴는 사회적 기업 등이 수익도 창출하며 혁신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센터장은 현대차·페이스북 등 외부 기업과도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손을 맞잡는 한편 스케일업(초기기업 도약)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트루 이노베이션 랩을 거쳐간 스타트업은 총 149곳. 그중 85개사가 약 1,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 SK텔레콤과 연계해 사업을 펼치는 사례도 26건에 달한다. 졸업사 가운데는 호텔·펜션·리조트·레스토랑 할인 서비스를 하는 데일리호텔, 얼굴 인식 도어록을 제조하는 파이브지티, 인테리어 중개 서비스를 하는 집닥, 커피 찌꺼기를 발효시켜 친환경 비료를 제조하는 코스믹그린 등이 있다.

입주자격은 SK텔레콤의 사업 지원 프로그램인 액셀러레이터 참여사에 부여된다. 지난 4월 말 ‘2019 누구(NUGU) 플레이 개발 공모전’에서 수상한 10개사가 현재 사무공간과 사내외 전문가 멘토링, 법무·세무 등 월 2회 세미나 개최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5세대(5G) 통신과 관광 분야 공모전이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달에는 ‘2019 NUGU 플레이 개발 공모전’ 2기도 실시한다. 을지로 랩 회의실과 협업공간은 외부 스타트업에도 개방한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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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 지나치면 시장교란…혁신성장 열쇠는 민간투자 활성화”

[고광본 선임기자의 청론직설]

유웅환 SK텔레콤 SV 이노베이션 센터장


유웅환 SK텔레콤 SV 이노베이션 센터장이 최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본지와 만나 5G 등 미국과의 첨단기술 협력과 민간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선순환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5세대(5G) 통신과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서비스 구현을 위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도 정부는 조력자 역할을 해야지 너무 시장에 개입하면 교란될 우려가 있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해외에도 진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유웅환 SK텔레콤 SV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최근 서울 을지로 T타워에서 본지와 두 차례 인터뷰를 갖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발 세계 경제위기 가능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텔 수석매니저 출신인 그는 지난해 초부터 SK텔레콤이 다양한 스타트업과 협업해 혁신 에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벤처·스타트업 조력자役 집중을

신산업 위해선 규제개혁·민간투자 필수



IPO보다 M&A로 창업 엑시트도 필요



우선 그는 지난 10~12일 미국 상무부가 워싱턴DC에서 연 ‘셀렉트 USA 인베스트먼트 서밋(Select USA Investment Summit)’에 참여한 얘기로 운을 뗐다. 이 자리에는 약 60개국 총 3,000여명의 해외 기업인이 참석했다. 그는 “주지사들이 경쟁적으로 세제 혜택과 인력 조달,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했는데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외국 기업들의 미국에 대한 투자 열기가 큰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런 식이라면 결국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는 미국이 될 것이고 내년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게 참석자들의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물론 미국 기업이나 소비자들도 화웨이에 대한 수출금지나 중국산 제품의 관세인상으로 피해를 보고 있기는 하지만 중국이 입을 피해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M&A)을 사실상 불허하고 중국 엔지니어의 취업비자 쿼터를 줄이는 대신 인도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중국발 경제위기나 대공황이 올 수 있는 상황에서는 미국과 굉장히 긴밀한 협조와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과의 첨단기술 협력에 관해서는 우리의 5G 통신에 미국의 자율주행차·증강현실(AR)·가상현실(VR)·클라우드게임 등 콘텐츠 생태계를 합쳐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정말 잘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의 5G 통신이 세계 최초라고 하지만 왜 5G인지 당위성과 필요성을 소비자가 느낄 수 있게 채워넣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하는 게 딱 맞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자이고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는 인텔 등 미국이 주름잡고 있어 양쪽이 협력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우리가 메모리 반도체도 퀀텀점프를 해야 하고 시스템반도체도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센서 역할을 하는 AMS반도체는 잘할 수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에 맞춰 실리콘밸리처럼 우리도 민간 자본이 벤처·스타트업에 많이 투자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힘주어 말했다. 기존 주력산업의 혁신이 더딘 상황에서 신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규제 개혁과 함께 민간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 창업가들이 엑시트(투자·이익금 회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한 번 망하면 재기가 어렵고 엑시트도 대부분 주식시장 기업공개(IPO)로 하는데 12년 가까이 걸린다. 반면 미국은 중간에 M&A로 엑시트하는 게 80%이고 IPO도 7년이면 된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의 벤처·스타트업 지원이 많이 늘었지만 아직 금융사·기업·개인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예대 마진에 치우친 천수답식 금융사는 말할 것도 없고 벤처캐피털마저 연기금이 모태인 게 많아 원금 지키기에 급급하고 대기업도 벤처·스타트업 M&A를 주저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실제 재벌기업의 경우 관리하기 용이하게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만들어 투자하려고 해도 지주사의 손자회사로서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피투자 증손회사는 100% 지분을 사들여야 하는 규제가 있다. 그는 “증손회사 투자비율을 50%로 낮추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그 정도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미국은 구글 등 대기업이 대부분 M&A로 컸는데 우리도 벤처·스타트업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고 사고파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혁신성장 과제”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을 피해 국내에서 벤처·스타트업 인수보다 인력·기술·특허 탈취 유혹에 빠지기 쉬운 현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인 셈이다.

무역전쟁으로 중국發 경제위기 가능성

5G·반도체 등 美와 긴밀한 협력이 중요



벤처·스타트업이 미국처럼 금지된 것만 빼고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대기업과 손잡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SK텔레콤이 미국 CES나 스페인 MWC 전시회에 스타트업과 같이 나가 해외 투자자 연결과 현지 시장 개척을 중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승자독식이 심해지고 융·복합화되는 경향을 보여 대·중기 동반성장이 중요하다”며 “대기업도 스타트업의 혁신 마인드로부터 자극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혁신성장의 성공을 위해서는 젊은 층의 아이디어가 꽃 피울 수 있는 조직문화와 교육풍토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머리도 좋고 성실하고 태도도 좋다’고 하는데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로서 적합한 덕목”이라며 “퍼스트 무버(개척자·선도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 문화와 재도전 문화를 구축하고 성·인종·장애 등 다양성을 추구하며 손에 꼽을 정도인 여성 임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kbgo@sedaily.com

he is…

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 박사를 한 그는 미국 인텔에서 10년간 엔지니어·수석매니저를 거쳤다. 이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서 5년을 근무한 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에 영입돼 일자리위원회와 4차산업혁명분과에서 일했다. 대선 이후 KAIST 창업원 연구교수를 거쳐 지난해 1월 SK텔레콤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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