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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장 위조’ 전직 검사에 '선고유예'...검찰 향한 경찰 수사 칼끝 무뎌질까

법원 “검사 책임 외면했지만 사건에 영향 적어” 양형 이유 밝혀

지난 2015년 민원인이 제출한 문서를 분실하자 다른 고소장을 복사한 후 바꿔치기해 공문서 위조 혐의를 받는 윤모 전 부산지검 검사가 1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서창석 부장판사)은 19일 열린 전직검사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6월에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선고 유예란 죄질이 경미한 피고에 대해 일정한 기간 형 선고를 유예하고, 그 기간 동안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것이다. 형을 선고하고 집행을 유예하는 집행유예보다도 경미한 경우 선고된다.

재판장은 “피고인은 검사로서 법을 수호해야할 책무가 있음에도 자신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공문서를 위조한 죄가 가볍지 않다”며 “검찰에 접수된 고소장 분실은 상당히 이례적이며, 고소장 분실에 대한 어떠한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유죄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고소장 분실 이후 원칙대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고소인에게 설명한 후 재차 고소장을 제출받아 수사하였더라도 각하 처리됐을 개연성이 높고, 위조된 사건 기록 표지는 고소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 자체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힌 것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 2015년 말 부산지검 근무 당시 민원인의 고소장을 분실하자 민원인의 다른 고소장을 복사해 임의로 대체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아챈 민원인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부산지검은 당시 절차에 따른 감찰이나 징계위원회를 열지도 않고 A씨가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했다. 이후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검찰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사건 발생 2년 만인 지난해 A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평소 검찰 개혁에 목소리를 내온 임은정 부장검사(청주지검 충주지청)는 당시 검찰 수뇌부가 A씨의 공문서 위조 행위에 대해 감찰 등의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고 ‘제 식구 봐주기’를 했다며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간부 4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지난 4월19일 경찰에 고발했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수사를 맡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사의 초석이 될 사건 기록이나 감찰 자료를 대검찰청·부산지검으로부터 넘겨받지 못해 수사에 차질을 겪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아직 판결문을 입수하지 못했다”며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이 끝나게 되면 수사 방향도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 지속적으로 자료 요청도 이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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