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적으로 기업을 인수해 자금을 빼내는 기업사냥 방식으로 주식회사 지와이커머스에서 500억원을 횡령한 일명 ‘개미도살자’ 조직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태권 부장검사)는 지와이커머스 회삿돈을 빼돌려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게 한 기업사냥 조직의 실질사주 이모(62)씨 등 4명을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횡령 및 배임)으로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2006년 코스닥에 상장한 지와이커머스는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분야에서 업계 최상위권 기업이었으나 현재는 상장폐지가 의결된 상태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7년 4월 단기사채를 이용해 지와이커머스를 무자본 인수한 뒤 처남, 조카 등 친인척들이 회사를 장악하게 만들었다. 같은 해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회삿돈 약 500억원을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렸다.
이씨 일당은 지난 2011년에도 같은 수법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해 수백억원의 회사자금을 빼돌려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럼에도 출소 후 다른 회사 2곳을 순차적으로 인수해 횡령한 금액으로 지와이커머스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이용된 회사 2곳 역시 상장폐지 상태가 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와이커머스 회사자금으로 조선기자재 제조업체를 추가로 인수하려다 실패하는 등 연쇄적으로 범행을 저질러왔다.
이들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현금성 자산이 많은 기업을 타깃으로 삼아 고이율 단기사채를 동원해 경영권을 장악했다. 인수에 성공하면 경영은 도외시한 채 자금만 빼낸 뒤 다른 타깃을 노리는 ‘묻지마식 기업사냥’ 양태다. 지난 1월 소액주주 40명이 제기한 고소를 계기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이 사건이 심각한 수준의 조직적 경제범죄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이씨 일당은 인수한 회사에서 ‘점령군’ 행세를 하며 스스로 책정한 수억원대 연봉을 받아챙기고 벤츠, BMW 등 고급차량을 리스했다. 이들이 법인카드로 유흥업소를 드나드는 동안 희생양이 된 회사는 상장폐지나 회생절차에 들어가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이들의 범행으로 피해를 입은 회사들의 전체 피해액은 약 1,000억원에 이르고 소액주주는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검찰 관계자는 “대량 피해 등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엄단하고, 횡령금 사용처 등을 철저히 규명하여 환수가능한 금액을 최대한 환수·보전할 것”이라며 “한편 이들이 부실화시킨 다른 회사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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