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혹평한 메모 유출로 곤경에 처한 킴 대럭 주미 영국대사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럭 대사의 외교활동을 사실상 배제한 데 이어 양국 간 무역협상까지 돌연 취소하는 등 메모 유출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대럭 대사는 이날 영국 외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는 사직서를 통해 “메모 유출 사건 이후 내 지위와 남은 임기에 대해 제기된 수많은 추측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며 “현 상황에서 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1월 워싱턴에 부임한 대럭 대사의 원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대럭 대사의 사의 표명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난 메모가 유출되면서 양국 간 외교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6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서툴다” “무능하다”고 평가한 대럭 대사의 메모 내용을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사실상 대럭 대사의 사임을 요구했고, 9일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관련 양국 간 무역협상까지 돌연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도 대럭 대사를 옹호했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그의 사임에 대해 “매우 큰 유감”이라고 밝혔다. 사이먼 맥도날드 영국 외무부 사무차관도 “그는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그를 두둔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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