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스스로 철회한 뒤 1년여 만에 해외 투자설명회(IR)를 통해 이사회 운영 개선 방안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져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현대차(005380)그룹의 ‘8월 지배구조 개편설(說)’이 입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이번 IR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본격화되는 ‘시그널’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해외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IR에서 이사회 운영 개선 방안, 주주환원정책, ESG 확대 로드맵, 주주가치 실현을 위한 사업구조 재편 방향 등을 포함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IR에서 현대차는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내외부의 요구 사안에 대해 지금까지의 추진 결과 및 향후 로드맵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현대차는 이사회 운영과 관련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처음 임명하고 이사회 구성원을 11명으로 늘리는 한편 보상위원회를 신설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으로 2조8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정책을 실시한 데 이어 올해도 2,300억원가량의 추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기로 한 내용도 알렸다. 지난해부터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요구했던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개선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했던 주주환원정책 개선점 등을 해외 투자자들에 설명한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내용을 투자설명회에 포함한 것은 지난해 7월 지배구조 개편안을 스스로 철회한 뒤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IR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모양새다. 특히 올 5월 말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칼라일그룹 초청 대담에서 지배구조개편과 관련해 “투자자와 현대차그룹이 모두 만족할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이며 최대한 투자자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한다”고 말한 뒤 진행한 첫 번째 해외 IR이라는 점에서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시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은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시기 등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8월 개편설 등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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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부정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올 하반기에는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현대차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도 타이밍이 있는데 올해 현대차 실적이 지난해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고 연초부터 계열사 사업 조정은 물론 주주환원정책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내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단계적인 움직임이라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표 시기와 함께 개편 방향에 대한 관심도 크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모듈·AS부품사업을 인적 분할한 뒤 이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정 수석부회장 등 대주주가 보유한 합병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기아차와 현대제철 등이 보유한 존속 현대모비스 지분과 맞바꾸는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결국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비율, 합병 시너지에 대해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으로 흘러 결국 철회했지만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지적을 받아왔던 합병 비율을 재조정하는 방향에서 진행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현대차그룹이 단계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우선 문제가 되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먼저 해소한 후 상황에 맞춰 새로운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 발표한 지배회사 체제가 시장의 예상과 달랐던 것”이라며 “현대글로비스를 정점으로 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변환도 여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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