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25일 수입맥주 행사에서 일본산 제품을 제외하는 동시에 일부 일본 맥주에 대한 발주정지라는 초강수를 뒀다. 업체들이 눈치를 보면 첫 타자로 나서기 부담스러워 하는 사이 CU가 자진해서 첫 총대를 멘 것. CU의 용기 있는 결단에 들불처럼 GS25, 세븐일레븐, 심지어 미니스톱은 물론 대형마트까지 일본 맥주 할인행사 제외에 동참했다. 일본 무역 보복조치에 반발해 각 점포별로 불매운동에 참여한 사례는 있었지만, 대형 유통업체 본사가 나서서 불매운동에 동참한 것은 CU가 처음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 불매에 다른 일본 연관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는 사이 CU의 자신감 있는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불매에 강단 있는 CU의 자신감은 사실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다.
CU는 로얄티를 지불하고 외국 브랜드를 사용해오던 프랜차이지(Franchisee)가 자국에서 브랜드 독립 후 프랜차이저(Franchisor)로 독립한 세계 유통 역사상 첫 번째 사례이기도 하다. 여러 해외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도 관심을 갖는 이례적인 경우다.
BGF리테일은 1990년 편의점 사업을 시작할 당시 국내엔 편의점 관련 노하우가 전무했던 터라 편의점이 발달한 일본 브랜드인 훼밀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로얄티를 주고 빌려 사용했다. CU는 시간이 갈수록 독립의지가 커졌지만 일본 훼미리마트로선 잘 나가는 해외 프랜차이지인 한국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2007년 취임한 홍석조 BGF회장의 숙원사업은 훼미리마트와의 고리를 끊는 것이었고 이를 차근차근 준비했다. 홍 회장은 2012년 6월, 취임 후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간담회에서 “대한민국 땅에 뿌린 우리 기업의 땀과 노력을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고 향후 국내 편의점의 해외진출까지 염두해 둔 첫 발걸음”이라며 훼미리마트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CU가 처음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하고 브랜드 독립에 대한 얘기를 꺼냈을 때 훼미리마트 측은 독소조항까지 들먹이며 안되는 소리라며 난색을 표했다. 이에 법조인 출신인 홍 회장은 직접 법전을 뒤적이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론으로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했던 1년여의 협상 끝에 2012년 이름만 빌려 쓰던 관계도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했다. 일본 리스크를 걱정하던 가맹점주들도 한국 브랜드로의 전환 계약에 환영하며 단 일주일 만에 99% 점주들이 서명했다.
BGF리테일은 2012년 1월 일본 훼미리마트와 라이선스 계약 종료에 대한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받아 그해 8월 CU 1호점을 올림픽광장에 열었다. 간판 교체 등 브랜드 완전 전환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업계의 예상을 깨고 BGF는 500억 원을 투입해 일시에 전국 7,700 여 모든 가맹점의 간판, 인테리어 리모델링까지 단행하며 일본 자본의 색채를 순식간에 지웠다. 훼미리마트 간판이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도 고작 3개월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IMF 당시 일부 차입했던 일본 지분 25%였다. BGF리테일은 2014년 상장과 동시에 이도 완전히 정리하면서 브랜드에 이어 자본까지 모든 독립을 이뤘다. 상전 전 시장에서 예상한 주당 공모가 범위는 4만1,000원에서 최고가 5만원 수준이었는데 공모가가 높을수록 일본에 지불해야 하는 지분도 크다는 점을 의식해 국부 유출을 최소화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로 공모가를 최저간 4만1,000원으로 결정한 것 역시 유통업계에 회자된다.
홍 회장의 결단에 CU는 한국독자브랜드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실적 역시 고공행진이다. CU는 24일 시가총액이 3조5,691억원으로 이마트(3조4,566억원)를 넘어서며 편의점이 전통유통강자 마트를 추월했다.
CU는 성공한 한국 편의점 브랜드로 이제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CU는 2017년 국내 편의점 산업 30여 년 처음으로 이란과 몽골에 진출하며 한국 편의점 글로벌 시대를 열었다. 브랜드 독립 5년 만의 쾌거였다. BGF리테일은 이달 초 자회사 BGF에코바이오를 설립, 국내 유일의 생분해성 발포 플라스틱을 만드는 친환경 플라스틱 전문 제조사인 KBF 인수했다. KBF는 플라스틱 재활용·수거 등 별도 과정 없이 매립만으로도 6개월 이내 완전 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관련 핵심 기술력을 보유, 편의점에 이어 제조업으로도 해외진출 교두보 마련했다는 평가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CU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브랜드 독립해 글로벌로 모델을 수출하는 사례는 이례적인 사례로 회사뿐만 아니라 점주들까지 합심해 이뤄낸 결과물”이라며 “한국 브랜드로 이제는 국내를 넘어 해외는 물론 친환경 제조업까지 진출한 행보에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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