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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말꺼내자 "바쁘다"vs "법안으로 잘될 것"…분열된 홍콩

[18일 대규모 시위…숨죽인 홍콩 완차이]

상인들 장사에 영향 받을까 우려

현지시민 예민하고 불안한 모습

되레 친중 시민 "일상 지장없어"

시위 반대 신문광고 게재하기도

관광객 급감 등 경기도 직격탄

2분기 성장률 -0.4%로 낮춰

지난 11일(현지시간) 홍콩 완차이에서 경찰들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홍콩=AF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홍콩 완차이 거리가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홍콩=전희윤기자


16일 오전에 찾은 홍콩의 완차이 거리는 오가는 직장인들로 분주했다. 지하철역 근처 샌드위치 가게에는 아침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고 슈퍼마켓 상인들도 손님을 맞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 풍경이다.

하지만 일견 평온해 보이는 이 도시는 한 발 다가서자 팽팽한 긴장감과 날카로운 균열의 단면을 뿜어냈다. 가게 일을 보는 한 중년의 상인은 한국에서 왔다는 기자의 말에 호의적으로 인사를 건네다가 ‘시위(protest)’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굳은 표정으로 “지금 바쁘다”며 가게 안쪽으로 들어가버렸다. 오는 18일 또 한 번의 대규모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시위를 앞두고 홍콩을 짓누르는 무거운 분위기가 ‘시위’라는 한마디에 그대로 분출되는 순간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민단체 연합체인 ‘민간인권진선’은 18일 빅토리아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300만명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공원 집회만 허용한 경찰에 맞서 시위대는 행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는 이날 시위는 홍콩 사태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근의 또 다른 가게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가게 주인은 시위에 대해 물으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할 것이 없다”더니 머쓱한 듯 “시위를 직접 보지 않아 어떤지 잘 모르겠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불과 5일 전인 지난 11일 바로 이 거리에서 송환법에 반대하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벽돌을 던지고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향해 곤봉을 휘둘렀는데도 말이다. 자칫 시위대를 지지하는 말을 했다가 친중 고객들 사이에 소문이라도 나 장사에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현지에서 바라본 홍콩 시민들을 많이 예민해지고 크게 불안해했다.

홍콩의 송환법 반대시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한 것은 오히려 중국 정부를 지지하는 시민이었다. 완차이역 근처에서 양복점을 운영하는 윌리엄 완씨는 “매주 송환법 반대시위를 한다고 하지만 일상에 지장은 없다”면서 “시위를 하는 날 교통이 막히는 것이 전부”라고 시위의 영향력을 깎아내렸다. 그는 “많은 이가 반대한다고 하지만 결국 이 법안으로 홍콩이 잘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달째 계속되는 송환법 반대시위는 1997년 중국에 귀속된 홍콩 저변에서 22년 동안 조금씩 쌓여온 ‘친중’과 ‘반중’의 균열 양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홍콩 반환 당시 중국은 50년간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를 약속했지만 기한의 절반이 지나기도 전에 홍콩의 사법자율권을 위협하는 송환법 문제가 불거지면서 홍콩 사회가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반(反)중국’ 시위대와 정부를 비롯해 안정을 원하는 ‘친중국’ 세력으로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날 홍콩명보·신보·동방일보 등 홍콩의 주요 매체를 장식한 전면광고는 이러한 분열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홍콩은 참을 만큼 참았다’는 제목의 광고에는 “홍콩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규탄한다”며 “홍콩 시민이라면 이런 불법행위를 더는 좌시하지 말고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각 가정과 학교는 학생들이 시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홍콩 최고 갑부인 리카싱도 이날 친중 성향의 매체에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규탄하는 내용의 광고를 실었다. ‘폭력’이라는 두 글자에 금지 마크가 찍힌 이 광고는 그림 좌우에 ‘중국과 홍콩과 자신을 사랑하자’ ‘자유와 포용, 법치를 사랑하자’라는 문구가 실렸다.

이번 사태로 위협받는 것은 사회적 통합만이 아니다. 친중 인사들은 송환법을 둘러싼 현 상황이 홍콩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장기화하는 시위로 인한 사회 혼란은 지난 수십년 동안 ‘금융허브’의 위상을 다져온 홍콩 경제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시위 사태를 우려해 홍콩 증시에서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하면서 이달 들어 홍콩 IPO는 불과 한 건에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시위 사태가 불거진 6월 홍콩의 명품숍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30~5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드워드 야우 탕와 홍콩 상업경제개발 장관은 “8월 둘째주 관광객이 전년 대비 33.4% 줄었다”며 장기화하는 홍콩 시위가 관광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위의 영향으로 경제 활력이 떨어진 것을 반영해 홍콩 정부는 이날 올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을 지난달 31일 발표했던 -0.3%에서 -0.4%로 하향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한 2·4분기 GDP 성장률 역시 앞서 발표한 0.6%에서 0.5%로 내렸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16일(현지시간) 시민들이 출근길에 상점 앞에서 음식을 사기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홍콩=전희윤기자


16일(현지시간) 홍콩 시민들이 상점 앞을 지나고 있다. /홍콩=전희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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