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본토에 상장된 주식 A주와 홍콩 증시에 상장된 주식 H주의 가격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올 들어 20% 상승한 반면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는 3% 증가에 그치면서 H지수 대비 상하이지수 비율이 2017년말 이후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비율은 지난 6일 기준으로 0.29를 기록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중국 본토에 상장된 주식들을 지수로 산출한 수치이며, H지수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을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무역전쟁 시작을 알렸던 지난해 3월 이후 상하이지수는 8.37% 하락한 반면 H지수는 16.08% 떨어졌다. 같은 중국 기업이라도 역내에 상장됐는지, 역외에 상장됐는지에 따라 무역전쟁의 충격을 받는 정도가 크게 달랐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A주와 H주 간 상대적 가격 차이가 확대되는 것은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역외 투자자들과 달리 중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본토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부의 강력한 부양책이 중국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믿음이 형성되면서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투자가 엄격히 제한되는 본토시장은 해외 투자금의 유출입에 덜 민감하기 때문에 해외 개방도가 높은 홍콩 증시에 비해 국내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중국은 다음달 1일 70주년 국경절을 앞두고 최근 잇따라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인민은행이 이달 16일부터 지준율을 0.5%포인트 추가 인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블룸버그는 “지수 격차 확대는 역내 투자자들이 무역전쟁 국면 속에서 중국 정부의 경제 운영 능력에 대해 (역외 투자자보다) 더 믿음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홍콩 증시가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장기화 여파로 타격을 받으면서 두 지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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