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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대표 여성·이단아 노벨문학상 품다

'관객모독' 한트케·'방랑자들' 토카르추크
지난해 발표 연기하며 올해 2명 동시 발표
그간 국내에서 여러 작품 소개되며 인지도

  • 최성욱 기자
  • 2019-10-10 22:39:55
  • 문화
시대 대표 여성·이단아 노벨문학상 품다
노벨문학상의 2018년 수상자인 올가 토카르추크(왼쪽)와 2019년 수상작가인 페터 한트케.

올해와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오스트리아의 희곡작가 페터 한트케(77)와 폴란드 여류작가 올가 토카르추크(57)가 각각 선정됐다. 예상했던 대로 단골 후보와 여성작가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토카르추크를 2018년 수상자로, 한트케를 2019년 수상자로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지난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논란에 휩싸이면서 노벨문학상 발표를 연기해 올해 두 명의 수상자를 한꺼번에 내놓았다. 두 명의 수상자가 동시에 발표되기는 지난 1974년 이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많은 예상이 오갔지만 결국에는 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한 여성 작가와 당대 문학계를 흔든 전위적 작가에게 돌아갔다는 평가다.

우선 지난해 수상자로 선정된 토카르추크는 자국 폴란드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작가로 꼽힌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등단하기 전까지 심리학 치료사로 활동했으며 철학과 불교 사상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출판사를 운영하며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9년 ‘거울속의 도시들’이라는 제목의 시집으로 처음 등단한 토카르추크는 이후 소설 ‘책의 인물들의 여정(1993)’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소설 ‘태고의 시간들(1996)’은 그녀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 준 대표작이다. ‘방랑자들(2007)’로 지난해 맨부커상을 수상하며 현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국내에는 그동안 ‘태고의 시간들’ ‘잃어버린 영혼’ 등이 출간됐고 오는 21일 방랑자들(민음사)이 발간될 예정이다.

토카르추크의 수상은 여성 작가로는 2015년 수상자인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이후 4년 만이며 역대 15번째 여성 수상자다. 또 폴란드 작가로는 1996년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이후 22년 만이다. 그는 영국 베팅업체 ‘나이서오즈(Nicer Odds)’가 예측한 수상 확률 높은 후보 가운데 4위를 기록하며 일찍부터 유력 후보로 주목받아왔다. 한림원은 토카르추크에 대해 “경계를 가로지르는 삶의 형태를 구현하는 상상력을 담은 작품을 백과사전 같은 열정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최성은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폴란드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여성이 많은 역할을 했지만 역사가 기억하지 못해 아쉽다는 토카르추크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는 여성이 많이 등장한다”며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신화적인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여성상을 작품에서 보여준다. 역사가 기록하지 않은 여성을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다는 점에서 그의 수상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상자로 지목된 한트케는 우리 시대 가장 전위적인 문제 작가라는 호칭이 뒤따른다. 한트케는 파격과 실험 정신을 추구한 작가로 독창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오래전부터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혔다. 200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동료 소설가 엘프리데 옐리네크가 그에 대해 “노벨문학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페터 한트케다”라는 찬사를 했을 정도로 ‘작가들의 작가’로 통한다.

1966년 첫 소설 ‘말벌들’을 통해 등단한 한트케는 같은 해 희곡 ‘관객모독’을 통해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관객모독’은 치열한 언어 실험을 통해 글쓰기의 새 영역을 연 작가라는 평가를 받게 했다. 한트케는 등단 이후 50여년간 희곡 ‘카스파(1968)’와 시 ‘내부 세계의 외부 세계의 내부 세계(1969)’, 소설 ‘긴 이별에 대한 짧은 편지(1972)’ 등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빔 벤더스 감독과 함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그 덕에 1973년 실러상과 뷔히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잘츠부르크 문학상, 오스트리아 국가상, 브레멘 문학상, 프란츠 카프카상 등 각종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는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세잔의 산을 찾아서-불멸의 산 생트빅투아르 기행’ 등의 작품이 출간됐다. 한림원은 한트케에 대해 “인간 체험의 뻗어 나간 갈래와 개별성을 독창적 언어로 탐구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썼다”고 평가했다.

류신 중앙대 교수는 “한트케는 인간의 감정과 상황을 모색하는 언어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언어가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작품화한 예술가로 대표된다”며 “언어가 진리를 전달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현실을 통해 언어의 허위, 위증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처음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시상식은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다. 수상자에게는 900만크로나(10억9,000만원 상당)의 상금과 노벨상 메달과 증서가 주어진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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