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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머리부터 발끝까지 100% 국산화…'부품독립' 눈앞에[로봇이 간다]

■휴머노이드 한류 산실 KAIST '휴보랩'

"기성품 사다 쓰면 한계돌파 제약"

수입 의존 모터드라이버·감속기

연구원 20여명이 독자 설계·제작

노하우 쌓아 美日 등 선진국 추격

신형 4족보행 견마로봇 개발 가속

상용화땐 군사·상업 운송에 혁신

[로봇이간다]휴보랩 연구진이 안드로이드 ‘휴보’의 핵심부품들을 개발해 장착하고 있다. /대전=권욱기자




[로봇이간다]휴보랩 연구진이 안드로이드 ‘휴보’의 핵심부품들을 개발해 장착하고 있다. /대전=권욱기자


지난 2015년 국내 로봇연구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팀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DRC휴보2’가 미국 고등국방연구원(DARPA) 주최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대회에 참여한 세계 유수의 로봇연구진을 국내 기술로 앞섰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4년간 오 교수팀의 후속 로봇 데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휴머노이드 연구가 중단된 것일까. 그렇지 않았다. 서울경제신문이 13일 오 교수 연구실을 탐방취재해보니 우리 로봇기술계의 역사에 또 다른 획을 그을 연구개발(R&D)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부품 및 핵심기술의 100% 국산화다.

[로봇이간다]휴보랩 연구진이 독자개발한 휴머노이드의 핵심부품들을 조립하고 있다. /대전=권욱기자


[로봇이간다]휴보랩 연구진이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조립하고 있다. /대전=권욱기자


본지 취재진이 찾아간 곳은 대전 유성구 KAIST 본원에 위치한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센터’. 약칭해 ‘휴보랩’으로 불리는 이곳은 2017년 문을 열었다. 국내에서 인간형 로봇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대규모 연구실은 사실상 휴보랩이 유일하다. 한국형 휴머노이드의 개척자인 오 교수가 휴보랩 센터장을 맡아 총 20여명의 연구·기술진을 이끌고 있다. 이날 취재진을 맞은 오 센터장은 곧장 센터 내의 한 공작기계실로 안내했다. 컴퓨터 제어 방식으로 정교하게 각종 소재를 깎아 가공하는 CNC공작기계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 센터장은 “여기서 우리가 개발 중인 로봇의 부품과 본체 등을 직접 깎아 만들고 있다”며 “로봇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우리 기술로 개발하고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상당한 진척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이어진 옆의 작업실로 들어가니 오 교수팀이 지난 20여년간 개발해온 로봇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한국의 간판 휴머노이드인 휴보 시리즈부터 사람이 탈 수 있는 거대 로봇 등이 눈에 들어왔다. 한결같이 로봇의 피부에 해당하는 외장 케이스는 벗겨진 채 속의 부속품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오 센터장은 “여기 이 로봇은 휴보1과 휴보2인데 겉모습은 처음 완성했던 과거와 다르지 않지만 외장을 뜯어보면 보시는 바와 같이 내장된 부속품들은 완전히 우리 연구팀이 자체 제작한 것들로 바뀌어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이간다]휴보랩 연구진이 직접 개발·제작한 로봇 핵심부품인 모터드라이브와 감속기 등을 소개하고 있다. /대전=민병권기자




[로봇이간다]휴보랩 연구진이 직접 개발·제작한 로봇 핵심부품 모듈 등을 소개하고 있다. /대전=민병권기자


실제로 또 다른 작업실로 들어가니 로봇의 부위별 내장부품과 외장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모두 휴보랩 연구진이 설계에서부터 제조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해 만든 것이다. 그중에는 로봇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동력 전달체계의 핵심인 모터드라이버, 감속기, 실시간 제어 시스템, 각종 센서 등도 포함돼 있다. 반도체 칩 이상 레벨의 것들은 모두 다 자체적으로 개발해오고 있다고 한다. 휴보랩의 한 연구원은 “시장에서 성능을 검증받은 기성 부품을 사다 쓰면 그만큼 로봇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고 개발 실패 위험도 낮출 수 있지만 해당 기성품의 스펙(사양) 한계를 뛰어넘는 앞선 성능의 로봇을 개발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성능을 낼 수 있는 부품을 직접 개발·제작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지간한 국내 로봇 기업 및 연구소들조차도 모터·감속기 등은 국산화하지 못해 해외에서 검증된 독일·스위스 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불과 20여명의 인력으로 4년여 만에 이 정도 독자개발을 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는 게 관련 분야 연구자들의 평가다.

한국의 로봇연구자들은 대부분 지능형 로봇 분야에 편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로봇의 응용이나 인공지능(AI)에 있어서는 미국·일본 등 선도국들을 추격할 수 있는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정작 로봇의 본체를 만들고 작동시키기 위한 부품·소재·장비 및 기계공학 분야에서는 R&D 인력과 노하우가 많이 부족하다. 물론 국내에도 기계공학 분야에서 인재들이 수십년간 배출돼왔지만 대부분 중장비·자동차 등의 분야로 연구를 집중해왔기 때문에 ‘로봇 개발 마인드’를 지닌 기계공학 전공 인재는 매우 적다고 한다. 휴보랩이 지난 4년여간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로봇의 외형적 변화에 주력하기보다는 내재적인 부품과 핵심기술 분야에 천착한 것은 이처럼 절름발이 구조인 국내 로봇산업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우리보다 앞서 아시모 등 휴머노이드를 선보인 일본조차도 로봇 플랫폼(외형) 변화보다는 부품·소재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R&D의 중심축을 이미 옮겨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2017년 휴보랩 설립을 도와 이후 부품·소재 개발에 5년간 총 1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상태인데 해당 5년의 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 로봇 분야의 소재·부품·장비 기술 향상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예산지원이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로봇이간다]휴보랩 연구진이 독자개발 중인 4족 보행용 견마로봇의 몸체를 조립하고 있다. /대전=권욱기자


이날 휴보랩 연구진은 본지 취재진에 앞으로 선보일 신형 로봇도 소개했다. 네 발로 움직이는 ‘견마로봇’이다. 해외에서도 4족 보행 견마로봇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보스턴다이나믹스(BD)의 기술 수준을 따라잡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4족 보행인 견마로봇은 이족보행의 인간형 로봇에 비해 몸의 균형을 잡기에 유리하고 바퀴형 운송수단이 가지 못하는 험지나 계단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휴보랩은 특히 계단을 오르내리며 배달을 하거나 각종 장비와 화물들이 여기저기 장애물로 널려 있는 공장 등에서 사용할 수 있고 산악 등 험로도 이동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견마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해당 로봇 개발이 성공해 상용화로까지 이어진다면 군사작전, 재난대응, 상업용 운송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혁명을 일으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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