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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다 낚시, 안전부터 낚자]비상연락처 안적고… '안전 불감증' 여전

<상>위험천만한 배낚시 문화

비오는 날씨에도 수천명 출항 등

국민 대표레저로 자리매김 불구

신고조차 제대로 않고 낚시 여전

잦은 엔진고장에 배끼리 충돌도

규정준수 등 안전의식 높아져야

해양경찰관이 지난 7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위치한 보령해양경찰서 오천파출소에서 출항 전 선장들이 제출한 승선자명부를 살피고 있다./보령=김지영 기자




지난 7일 충남 보령시 오천항에 낚싯배들이 출항을 준비하고 있다./사진제공=해양경찰청


바다 낚시객 400만명 시대. 바다낚시는 ‘아재’들의 취미에서 벗어나 전 국민이 즐기는 레저로 자리 잡았다. 낚싯배 이용객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가을철 바다낚시 성수기를 맞아 안전불감증이 개선되지 않은 현실과 사고를 막기 위한 대책 등을 살펴본다.

“김씨, 아내랑 같이 배 타러 와놓고 서로를 비상연락처로 쓰면 어떻게 해. 배 타서 사고 나면 전화할 사람 적는 건데… 김씨 때문에 해양경찰에서 배 출항 ‘빠꾸(거절)’ 당했어. 얼른 다른 연락처 불러줘.”

지난 7일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위치한 보령해양경찰서 오천파출소. 새벽 5시가 되자 배낚시 출항을 신고하려는 선장들로 파출소가 북적였다. 출항 전 선장은 승객들의 이름, 성별, 생년월일, 주소, 본인 연락처, 비상 연락처를 모두 빠짐없이 기재한 승선 명부를 해경에 제출해야 한다. 비상연락처를 기재하지 않거나 본인 연락처와 똑같은 번호를 비상연락처로 적을 경우 해경으로부터 출항 도장을 받을 수 없다. 이날 파출소는 비가 내리는 새벽 시간인데도 휴대폰으로 승객의 정보를 다시 확인하는 선장과 해경에게 이번만 봐줄 수 없는지 묻는 선장들로 시끌벅적했다. 여러 차례 통화 끝에 겨우 출항 도장을 받은 한 선장은 “이러다가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까지 떼오라고 하긋어”라며 배로 돌아갔다.



9월부터 11월까지 배낚시의 성수기다. 제철인 주꾸미, 갑오징어 등을 잡으려는 낚시 이용객들이 바다로 모여드는 시기다. 해경이 바다 안전에 더 신경 쓰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강광원 오천파출소장은 “9월부터 11월까지 출항하는 낚싯배가 전체 배의 64%를 차지한다”며 “이 시기 낚시하면서 사건·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령 오천항은 전국 낚시꾼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최고 인기 지역이다. 바다가 ‘물 반 고기 반’인 탓에 낚시 초보도 쉽게 손맛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날 비가 오는 월요일인데도 낚시를 위해 출항한 배가 169척, 출항 인원은 2,950명이었다. 전날인 일요일 오천항에만 190척이 바다에 나갔다.

배낚시가 아저씨들의 취미에서 전 국민이 즐기는 레저로 자리 잡으면서 낚싯배 관련 사고는 지난 2016년 208건에서 지난해 228건으로 증가했다. 엔진 고장 등으로 인한 사고가 제일 많은 가운데 배 끼리 충돌하는 경우도 상당수를 차지한다. 지난 2017년 인천 영흥도에서 낚시 어선이 급유선과 충돌해 승선자 22명 중 15명이 사망한 일도 있었다.

해경이 사고 예방에 집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경은 지난 7월부터 낚싯배 선장에게 출항 전 인명구조 장비 보관 장소 및 사용법, 안전한 승하선 방법 등을 안내 방송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승객의 비상연락처 기입을 의무화했다. 출항 후에는 어선위치발신기(VPASS)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낚싯배의 위치와 사고를 실시간 감독한다.

안전 기준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선장·승객들이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최근 안전 의식이 높아져 승객들도 구명조끼를 벗고 낚시하거나 바다에서 술 마시는 일은 드물지만 선장이 출항 신고하지 않고 낚시하러 가거나 지정된 구역 외에서 낚시하는 경우는 여전히 있다. 강 소장은 “오천항에 안개가 껴 출항을 못 하게 했는데 대천항은 출항을 허가해 선장들이 바다에 나가게 해달라고 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며 “안전에서 봐 주는 건 있을 수 없고 원칙대로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령=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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