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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미중 무역협상, 지재권 등 난관 많아...내년 대선 후까지 이어질 것"

<왕윤종 현대중국학회장>

트럼프, 팜 벨트 표심 의식 스몰딜로 방향 틀었지만

中보조금·기술탈취 문제 등 견해차 커 합의 쉽잖아

美경제 둔화 추세 맞지만 급속히 하락하진 않을 것

韓 수출시장 다변화 시간걸려 내수부터 키워야

왕윤종 현대중국학회장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 합의를 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 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성형주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미중 무역협상의 2단계 문제들은 여러 면에서 1단계보다 해결하기가 훨씬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1일 스몰딜에 합의했다. 한동안 답보 상태를 보였던 미중 무역협상이 최근 들어 풀려가는 모습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대로 2단계 미중 무역협상이 과연 순탄하게 타결될 수 있을까. 왕윤종 현대중국학회장(경희대 국제대학 객원교수)을 만나 미중 무역협상과 그에 따른 세계 경제 영향 등을 들어봤다. 왕 학회장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정작 중요한 내용은 2단계에 들어있는데 이 부분은 양국이 서로 양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협상이 내년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미중은 물론 세계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세계 경제의 둔화 추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은 그동안 여러 번 합의 직전 결렬됐다. 이번 1단계 스몰딜에 합의한 배경이 뭔가.

△1단계 스몰딜의 주요 내용은 미국이 2,500억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을 보류하고 중국이 400억~500억달러어치의 미국 농산물 구매를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일 아파하는 게 자국 농산물 수출 중단인데 이 문제가 풀렸다. 미국 중서부의 이른바 애국 농민(great patriot farmers)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데 농산물 수출이 중단되면서 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쿠르드 문제가 불거지고 자신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되면서 가장 큰 목표인 재선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미중 무역협상의 방법론을 바꿨고 이에 따라 스몰딜이 나올 수 있었다.

-무역협상의 방법론이 어떻게 바뀌었나.

△미국은 원래 전체 합의를 한 뒤 단계적으로 협상하는 방식이었다. 큰 틀에서 합의한 뒤 중국의 이행 여부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관세를 없애주는 방식이었는데 이를 바꾼 것이다. 중국을 너무 압박해 합의가 되지 않으면 재선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방법론을 바꿨으면 2단계 합의도 쉬워지는 것 아닌가. 내년 미국 대선 전 합의 가능성이 있나.

△이번 1단계에서 미중은 환율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 협상에 이강 중국 런민은행장이 참석했다는 것은 환율 문제를 건드렸다는 뜻이다. 환율 부분까지 넣어 합의문을 작성해 양국 정상이 서명하면 1단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문제는 2단계다. 중국은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아닐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지 못하면 중국은 2단계 합의를 새 대통령과 다시 해야 한다. 중국은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만 없다면 이 정도 선에서 감내하면서 기다릴 것이다.

-재선이 지상 목표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 합의하려고 하지 않을까.

△미국이 민감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산업보조금과 지식재산권, 기술탈취 등이다. 미국은 이런 부분에 대해 중국이 법령을 개정해 이행하기를 요구한다. 중국은 사실상 국회가 없으니까 실질적 효력이 있는 국무원시행령을 바꾸겠다고 하는데 미국은 이를 하위법으로 간주해 반대한다. 이행감시기구 설치에 대해서도 견해 차가 크다. 미국은 이행감시기구를 설치해 중국의 이행 여부를 봐가며 관세를 낮추겠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은 이렇게 되면 미국에 끌려다닐 것으로 생각해 반대한다. 미국이 이런 부분을 양보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대선 전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선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요구가 무리한 것은 아닌가.

△미국의 스타일이다. 미국은 모든 협상을 이런 식으로 한다. 미중 무역협상을 보면 북미 비핵화 협상과 똑같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상대국가를 믿지 않는다.

-최종 합의가 안 될 수도 있나.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은 올 상반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파는 하반기에 커지고 내년에는 더 커질 것이다.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다. 올 상반기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해 동기 대비 188억달러 줄었다. 대신 멕시코와 베트남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같은 기간 200억달러 증가했다. 즉 미국은 수입선이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바뀌었을 뿐 무역수지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을 미국이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미국 경제에 영향을 많이 주나.

△수출 감소 등의 영향은 크지 않다. 성장률로 보면 0.2%포인트 정도다. 하지만 미국 경제를 끌어갈 요인이 없는 상태에서 무역분쟁이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 경제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기 침체를 예고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미국 경제는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감세로 덕을 많이 봤는데 이 효과가 하반기 들면서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금리 인하밖에 없다. 이자 비용이나 집값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인하가 그나마 효과를 볼 수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이 불황의 전조라는 경험 법칙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경제가 일시적으로 경기를 일으키는 통화 긴축발작(텐트럼) 현상이라고 본다. 반복된다면 문제지만 반드시 침체로 가는 확정적 증거라고는 보지 않는다. 미국 경제가 둔화하는 것은 맞지만 급속히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중국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

△성장률로 볼 때 중국은 0.5%포인트 정도 줄었으니까 영향이 꽤 있다. 미국은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추가 관세를 매길 예정이었는데 여기에는 소비재가 많이 들어 있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는 중소기업과 민영기업이 많아 중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더 컸을 것이다.

-중국은 미중 무역분쟁 전부터 경제위기 가능성이 큰 나라로 지적돼왔다.

△경제위기론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중국은 그림자 금융과 과잉부채, 부동산 버블, 지방정부 채무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이 문제를 충분히 인식했고 현재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본다. 방법은 공급 측 개혁이었다. 재정이나 통화 정책 대신 공급 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쉽게 얘기해 공급을 줄이는 것으로 예를 들어 중국의 석탄과 철강은 과잉공급 문제가 심각했는데 중국 정부는 공급을 인위적으로 줄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민영기업이 망했다. 망한 민영기업은 국유기업이 사들였다. 국유기업은 앞서 가고 민영기업은 후퇴한다는 국진민퇴(國進民退)는 얘기가 여기서 나왔다.

-민간 부문이 작아지는 게 바람직한가.

△시 주석의 경제관이 큰 국유기업이 시장을 지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을 키우려면 미국의 보잉사처럼 큰 회사에 몰아주는 독점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영기업은 불안해지니까 해외로 자산을 빼돌렸다. 중국 기업이 외국 기업을 사들이고 부동산을 매입하는 행위가 사실상 자산도피의 성격이 컸다. 이 때문에 자본유출이 문제가 되자 중국 정부는 2017년부터 규제에 나서 지금은 해외자산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중국의 경제위기라면 금융위기인데 급감하던 외환보유액도 현재는 3조1,000억달러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 결과적으로 경제위기 가능성은 크게 낮췄지만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멍이 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과 독일까지 세계 경제가 모두 좋지 않다.

△일본은 제로성장이고 독일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세계 경제가 모두 좋지 않다. 그러잖아도 둔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에 미중 무역분쟁이 가속 페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다만 독일은 현재 구조조정 중으로 몇 년 있으면 빠르게 살아날 것이다. 독일은 제일 중요한 산업이 자동차인데 현재 디젤차 위주에서 전기차 등 미래차 쪽으로 바꾸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은 모두 워낙 기술력이 좋은데다 경제가 침체한 경험까지 있어 내성도 생겼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한일 분쟁의 해결방안으로 한미일 수출통제협의체 구성을 주장했다.

△원래 한일 간 수출통제협의체가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이런저런 이유로 가동이 안 됐다. 이런 상태에서 징용 근로자 문제가 터지니까 일본이 보복 조치로 전략물자 수출규제에 나선 게 한일 분쟁이다. 이대로 가면 국교 단절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기존 수출통제협의회에 미국이 들어오도록 해 미국의 중재 하에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우리 경제는 기본적으로 개방경제다. 정부는 경제가 좋지 않은 데 대해 대외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절반만 맞는 얘기다. 제일 중요한 반도체 산업을 보면 가격 인하에 수출 물량 감소까지 겪고 있다. 그럼 수출 품목 다변화를 이뤄야 하는데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 수출시장 다변화 역시 어렵다. 신남방정책이니 신북방정책이니 하면서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지만 러시아 등의 북방 시장만 해도 작다. 내수시장부터 키워나가야 한다. 정부가 내수시장을 키우겠다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투자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정책이다. 여기에 더해 과감한 감세 정책으로 소비를 늘려야 한다. 지갑에서 돈을 덜 빼가면 소비는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결국 세금이 덜 걷히는데 이 부분은 국채 발행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가 어렵다는 점을 국민과 야당에 솔직히 얘기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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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미국 예일대에서 국제경제학과 경제성장론 분야의 논문으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금융실장과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을 거쳐 SK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SK중국경영경제연구소장을 역임했다. 베이징 근무 중 중국한국상회 제19대 회장직을 맡기도 했다. 현재 현대중국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경희대 국제학부와 서강대 경제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16년 미중 패권전쟁 속에서 달러·유로·위안화 등 3대 기축통화의 미래에 관한 ‘달러패권’이라는 저서를 발간했고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위안화 블록,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중국 금융 시스템, 홍색자본주의 등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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