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윅’에서 킬러생활을 청산하고 평범하게 살던 최고의 킬러 존윅이 다시 총을 잡고 처절한 복수극을 펼친 이유는 그의 강아지를 죽였기 때문이다.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수 십 명을 죽인 것은 영화적인 스토리지만 가족 같은 강아지를 잃은 그의 슬픔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반려견은 더 이상 가축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의 일원으로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구성원이다. 1인 가구와 핵가족이 증가할 수록, 선진국일 수록 반려견의 가족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가족을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잘 먹이고 잘 입히고 건강 관리도 챙겨 줘야 하는 모든 것이 돈이다. 즉 펫산업은 이미 경제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개인적인 비용을 살펴 보자.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에 사용하는 비용은 월 평균 약 10만원이다. 여기에 보험이 되지 않은 병원비는 또 다른 부담이다. 사람만 고령화가 되는게 아니고 반려견도 100세시대를 사는 요즘이다. 고령견에 대한 병원비 지출이 의외로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해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경우도 있다. 유기 동물은 사회적 비용으로 연결된다. 2018년 기준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유기동물 구조, 보호 등 관련 비용은 연간 200억원으로 전년대비 45억원이 증가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를 맞이하면서 금융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펫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화되면서 손보사들은 월 3~5만원 수준의 펫보험을 출시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특화 카드나 동물등록증을 제시하면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자신의 유산을 반려견에게 물려주는 펫신탁이다. 반려견의 양육자금을 맡기면 사후 새 양육자에게 약속된 유산을 지급하는 형태이다.
반려동물시장의 성장은 직업 창출에도 기여한다. 전통적인 수의사, 애견미용사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핸들러, 펫시터, 훈련 상담사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반려동물식품관리사, 펫택시 등도 등장했다. 수의사 외 관련 직업은 자격증 취득이나 일정 기간 교육을 통해 가능하므로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생각해볼 만 하다.
반려동물 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시장의 규모와 산업의 성장성, 그리고 투자기회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한국 반려견 관련 산업이 2013년 1.14조원 수준에서 2018년 약 2조 9천억원에 이르러 5년동안 150%가 넘게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한 증권사 리포트에서는 펫산업에 대한 내용을 다루면서 미국시장의 경우 20년간 펫케어 지출과 헬스케어 관련 지출의 상승이 유사한 수준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비자의 지출이 증가할수록 관련 기업의 이익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에서는 주로 식품관련 대기업들이 점차 동물사료 시장에 진출하는 모습이다. 최근 동물의약품을 취급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이 미국 유기능 인증 펫푸드 회사를 인수해 반려동물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실질적 투자를 고려한다면 반려동물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펫관련 ETF와 ETF에 편입된 기업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겠다. 반려동물 산업은 4차산업의 IT기업들 같이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보이진 않지만 대외적 변수에 큰 부침 없이 꾸준히 성장할 분야이다.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의 삶의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높다고 한다. 정서적 만족에 그치지 않고 나의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 발생시킨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볼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적절한 비용의 균형을, 시장에서는 성장하는 투자의 기회를, 사회적으로는 건전한 반려동물 문화를 발전시켜 100세시대 긴 세월을 보다 즐겁게 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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