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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스토리] 김범진 밸류맵 대표 "토지 실거래에 IT정보 결합...기획부동산도 잡아냅니다"

부동산 관련 IT업무 너무 뒤떨어져

감정평가법인 그만두고 창업 선택

국토부 실거래지도에 거래가격 연동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서비스 구성

방대한 DB 입소문에 찾는 사람 늘어

비정상적인 토지거래 계속 찾아내

기획부동산에 피해입는 일 없앨 것





“불과 3년 전만 해도 부동산 관련 정보기술(IT) 분야가 너무 낙후됐었어요. 감정평가법인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조차 없어서 사용 못할 정도였거든요.”

김범진(사진) 밸류맵 대표가 감정평가법인을 그만두고 창업을 선택한 이유다. 밸류맵은 국토교통부의 토지 실거래가 시스템에 IT를 접목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동산과 IT를 접목한 ‘프롭테크’의 한 종류다. 그는 최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감정평가법인에서 믿고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만들고 있는 프롭테크 기술은 기획부동산을 감시하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사범대생이 CEO가 되기까지>

그는 교육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사범대생이었다. 교사라는 안정적 진로 대신 전문성을 갖춘 일을 하고 싶어 감정평가사 준비를 시작했다. 4년여간 공부한 뒤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이후 감정평가법인에 입사해 기업평가와 컨설팅 업무를 맡았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된 건 감정평가 업계의 IT 업무가 너무 뒤떨어져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평가 업계가 사실 데이터를 방대하게 취급하는데도 간단한 데이터 솔루션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며 “개발자인 친구 한 명과 회사를 차리고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결과적으로 감정평가법인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왕 부동산 IT 사업에 뛰어든 만큼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토지거래 정보를 일반인에게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일반인들은 실거래가 정보를 봐도 지번이 없어 정보를 정확히 알 수가 없어요. 이러다 보니 토지 시장은 공인중개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됐고 기획부동산 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밸류맵은 이렇게 지난 2017년 7월 첫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토부에서 제공하는 토지 실거래가 시스템을 바탕으로 지도에 거래가격을 연동해 소비자들이 알기 쉽도록 구성했다.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토지 실거래가에 지번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자체 개발한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으로 지번을 일일이 찾아냈다. 도로조건·용도지역·거래면적 등 정보를 살펴본 뒤 해당 토지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그는 “토지가 분할·합필되고 지번이 바뀌기도 하는 등 온갖 어려운 점이 많았는데 정제율을 지속해서 올려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찾아낸 데이터가 무려 400만건이었다.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보유한 덕에 입소문은 빨리 퍼졌다.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거래 서비스 대신 밸류맵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토지거래 투명화에 기여>

그러자 이번에는 새로운 난관이 발생했다. 토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이익을 보던 쪽에서 거센 항의를 하기 시작한 것. 대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조합장은 직접 사무실을 찾아와 항의하기도 했다. 거래가격이 공개되면 앞으로 땅을 추가로 매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대표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배하는 내용도 아니고, 오히려 거래 투명화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일 수 있다”며 밀어붙였고 결국 현재 사업의 토대를 일구게 됐다. 요즈음에는 정보를 지워달라는 요청보다 거래가 이뤄졌으니 정보를 꼭 넣어달라는 요청이 훨씬 많다.

그는 “부동산 업계뿐 아니라 금융 업계에서도 밸류맵 정보 시스템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정보를 제공하는 게 유리한 만큼 밸류맵에 거래를 넣어달라는 요청이 자주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현재 밸류맵은 월간 순 이용자 수(MAU)가 35만명, 페이지뷰는 253만건에 달한다. 토지 관련 정보업체 가운데서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밸류맵의 성장세가 뚜렷하자 금융기관들로부터도 러브콜이 들어왔다. IBK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IBK기업은행은 직접 주주로 참여하는가 하면, 은행 부동산 서비스를 밸류맵 시스템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무료 정보제공에 공적 서비스까지>

김 대표는 밸류맵에서 구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적 서비스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획부동산에 대한 경고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실거래가 이뤄진 18만1,000여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만1,600여건의 거래가 수상스럽다고 판단했다. 이들 거래는 특정 지번의 토지가 일정 규모로 반복해서 사고 팔리는 형태였다. 주로 3기 신도시 개발 예정지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예정지, 남북경협 후보지 등 각종 테마가 극성을 부리는 지역이었다.

그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 일대는 등기상 소유자가 3,000명이 넘는다”며 “이곳은 제3 판교테크노밸리 개발 예정지라고 입소문을 탄 곳인데 등기상 소유자가 너무 많아 개발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기도 의정부 가능동, 용인 처인구 양지면, 인천 중구 운복동 등도 등기상 소유자가 수백 명에 달하는데 기획부동산이 의심스러웠다”며 “기획부동산이 판매하는 토지는 개발이 어려운 임야나 그린벨트인 경우가 많고 지분 쪼개기가 심해 땅이 사실상 묶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4월 밸류맵에서 이 같은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자 경기도 경찰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조사에 나섰고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 대표는 “기획부동산은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사기 수법”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비정상적 토지거래를 계속 찾아내 공적 서비스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매물 정보에 VR 서비스 선보인다>

밸류맵의 현재 모든 서비스는 무료다. 수익모델은 어떻게 만들어갈까. 김 대표는 연말까지 매물 정보 서비스와 가상현실(VR) 서비스를 결합한 ‘밸류윙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360도 항공·지상 촬영을 통해 VR 기기로 공간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모델이다. 가령 경기도 평택 일대의 한 공장이 부동산 매물로 나왔다고 할 경우 매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현장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VR 기기를 착용하고 밸류윙스 시스템을 가동하면 마치 공장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모든 각도에서 건물과 토지 현황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고가주택 3분의1가량이 거래상담을 하는 데 이 같은 드론 VR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며 “밸류윙스 VR이 최저 비용으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윙스와 관련 현재 부동산 판매자에게 일정 부분 수수료를 받을 계획이다.

감정평가사 출신인 만큼 그는 인터뷰 말미에 우리나라 토지평가제도에 대해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우리 토지평가제도가 대만·미얀마 등에 수출할 정도로 선진적이기는 하지만 개선해야 할 점도 많다”며 “표준지 수가 현재 50만필지가량인데 지나치게 적고 표준지를 바탕으로 개별지 가격을 정하는 방식의 기초 데이터가 너무 오래돼 현실에 안 맞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표준지를 상당수 교체하고 표본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시가의 급격한 현실화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정부가 최근 공시가 현실화를 목표로 매년 상승률을 지나치게 올리는데 이 역시 문제라고 본다”며 “해묵은 과제를 한번에 해치우겠다는 생각으로 급격하게 올리다 보니 각종 잡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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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경남 거제 △2012년 중앙대 사범대 졸업 △2012년 감정평가사 합격 △2013년 경일감정평가법인 △2014년 삼창감정평가법인 △2015년 밸류업시스템즈 창업 △2018년 퍼스트감정평가법인 이사 △2018년 한국프롭테크포럼 정회원 △2019년 한국감정평가협회 4차산업 TF위원 △2019년 국가공간정보 개방 민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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