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드 V 페라리’에 등장하는 내구 레이스는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모터스포츠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며 큰 인기를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회사를 비롯해 부품, 타이어 회사들의 기술의 향연장이기도 하다.
내구 레이스란 정해진 구간을 가장 빨리 돌아야 하는 스프린트 레이스와 달리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많은 거리를 달려야 우승하는 경기다. 이 때문에 경주 차량의 ‘속도’와 ‘내구성’이 모두 뒷받침돼야 우승컵을 안을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해 이름을 알린 르망24를 비롯해 ‘스파 24’, ‘데이토나 24’ 등 세계 3대 내구 레이스에 대해 소개한다.
내구 레이스의 시초는 1923년 시작된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매년 6월 프랑스 르망의 샤르드 서킷(13.629㎞)에서 열린다.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프로토타입 레이싱카가 중심을 이룬다. 최상위 클래스의 경우 최고 1,0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이 나온다. 24시간 동안 평균 시속은 210㎞를 가뿐히 넘고 주행 거리는 5,000㎞에 달한다. 직선 구간 최고속도는 시속 400㎞에 육박한다. 최고 속도만 놓고 보면 포뮬러원보다도 더 빠르다.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전통적으로 유럽 차량들이 강세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아우디와 푸조가 앞서 나갔고 최근 들어서는 포르쉐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벨기에 스파-프랑코샹 서킷에서 매년 7월 열리는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도 유럽을 대표하는 내구 레이스다. 스파 24시간 내구레이스는 일반 양산 자동차 기반인 GT 레이싱카가 주력이다.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경기가 펼쳐져 유럽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인다. 스파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서킷의 1번 코너가 특히 유명하다. 90도 가까이 꺾어지는 코너인 탓에 차량들 간 자리 경쟁이 치열하고, 사고도 숱하게 발생한다. 최근에는 포르쉐 911 GT3 R, 메르세데스-AMG GT3, 아우디 R8 LMS GT3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데이토나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대회다. 매년 1월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다. 데이토나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일반 도로를 사용하지 않고 데이토나 인터내셔널 스피드웨이 경기장 내에서 모든 경주가 진행된다. 르망24과 스파24는 일반 도로가 주행 경로에 포함된다. 또 앞선 두 레이스는 1년 중 해가 긴 시기에 진행되는 데 반해 데이토나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한겨울에 열린다. 출전 선수들은 13시간 정도를 헤드라이트에 의존해 야간 주행을 해야 한다. 데이토나 24시간 내구 레이스에는 미국 브랜드가 강세다. 캐딜락이 2017년부터 3년 연속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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