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에도 PC용 D램 현물가격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D램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일부 PC 업체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며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향후 전체적인 반도체 수요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여전하다.
4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DDR4 8Gb 기준) 1개당 현물가격은 이날 올 들어 최고치인 3.53달러를 기록했다. PC용 D램 현물가격은 올 들어 PC 등 정보기술(IT) 업계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며 지난 1월2일 3.03달러에서 지난달 4일 3.48달러로 껑충 뛰었으나 이후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24일에는 3.31달러를 기록하며 D램 가격이 뚜렷한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으나 25일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뒤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D램 현물시장에서 구매자들이 재고 확보에 나서는 반면 판매자들은 추가적인 가격 상승에 베팅해 물량을 제한적으로 내놓고 있어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다만 일부 판매자들이 D램 가격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거래량 자체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물가격은 매달 말 공개되는 고정거래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경기 추이를 알아볼 수 있는 주요 지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8년 초만 해도 D램 고정거래가격과 현물가격의 격차가 컸지만 2018년 7월부터 동조화 경향이 강해지며 현물가격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PC용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달 대비 1.41% 상승한 2.88달러를 기록하며 현물가격 상승 추이와 비슷한 완만한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D램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재 가격 추이를 반도체 업황 회복 신호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 1·4분기 PC나 스마트폰 판매량이 직전 분기 대비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코로나19에 따른 중국 내 공장 운영 차질 및 일부 수요 감소로 올 1·4분기 노트북 생산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0만대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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