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16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 클리니컬트라이얼에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 건수는 394건이다. 이 중 상당수가 기존에 개발된 타 질환용 의약품을 코로나19용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치료제 확보의 리더십을 선점한 곳은 미국이다. 현지 대형 제약사인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다 임상3상에서 부작용으로 폐기한 ‘렘데시비르’는 코로나19에 효과적인 약물로 부각되고 있다. 11일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는 렘데시비르를 전 세계 중증 이상의 환자 53명에게 투약한 결과 68%가 호흡 개선 등의 효과를 봤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사한 중증환자의 경우 치명률이 20%를 웃돌지만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환자들은 13%로 다소 줄었다. 다만 바이러스 검사를 하지 않아 항바이러스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고 임상시험에서 필수적인 대조군 설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美 길리어드 ‘에볼라 렘데시비르’로 중증자 68% 호전
日 후지필름, 인플루엔자약 활용…中기업은 백신 집중
말라리아 치료제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애브비의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도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중 하나다. 칼레트라는 현재 중국과 홍콩 등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이르면 오는 5월 초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클로로퀸 계열의 약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직접 언급했지만 미국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받지 못했으며 이들 약품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연구 역시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일본은 후지필름의 인플루엔자 치료제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내세우고 있다. 장신민 중국 국립생명공학개발센터 소장은 “중국 내에서 34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 아비간 투여 환자는 완치까지 4일이 걸렸지만 투여하지 않은 환자는 11일이 걸렸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에 아비간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노리고 200만명분 비축에 나섰다. 하지만 기형아 유발 등의 심한 부작용이 있는데다 소규모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중국 외에는 임상시험 정보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급한 대로 혈장요법, 줄기세포를 활용한 치료법을 적용해 이번 감염 사태에 대응해왔다. 이와 별도로 백신 개발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생명공학 기업 캔시노바이오로직스는 10일부터 베이징생명공학연구소와 함께 개발한 백신의 임상2상 시험을 시작했다. 중국 규제당국 역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3월에 진행한 임상1상 시험에서 안전하다는 판단이 도출되자마자 2상을 승인했다. 또 다른 중국 기업인 클로버바이오파머수티컬은 영국의 다국적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공동으로 백신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연구자금을 대고 있다.
다만 주요국 의료계가 현재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적용 중인 혈장 치료요법이나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선 효능과 부작용 여부에 대해 아직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은 17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이 개최한 ‘코로나19치료제 및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포럼에서 혈장치료에 대해 “아주 심각한 질병에 시급히 도입할 수 있다”면서도 “혈장치료 도입 시엔 동물실험 등을 통해 여러 번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안전성에 대한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CEVI)융합연구단 팀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온 지 3~4개월에 불과해 백신 후보물질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중화항체, 면역반응 등에 대해 환자 데이터가 충분히 모이지 않았다”며 “백신을 너무 성급히 만들다가 만에 하나 부작용이 생기면 백신이 아니라 독을 맞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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