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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총리 암살사건 범인 34년만 찾았다

1986년 스톡홀름 거리서 살해당해

1만명 이상 조사했지만 범인 못잡아

올로프 팔메 스웨덴 총리/AP연합뉴스




30여년 전 발생한 스웨덴 총리 암살사건의 범인이 드디어 밝혀졌다. 귀가하던 총리가 길거리에서 총에 맞아 살해당했음에도 수십 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찾지 못한 이 사건은 스웨덴의 대표 미제 사건이자 스웨덴 경찰의 치부로 여겨져왔다.

총 쏜 뒤 도주한 범인…1만명 조사했지만
지난 1986년 2월 스웨덴의 올로프 팔메 총리는 아내 리스베스 팔메와 스톡홀름 극장을 떠나 귀가하던 중 총에 맞아 살해당했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용의자는 당시 팔메 총리의 뒤에서 총을 쏜 뒤 도주했다. 이와 관련해 1만명 이상이 조사를 받고 130명 이상이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수사당국은 끝내 범인을 찾지 못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된 사건자료만 250미터에 달할 정도다. 수십년 동안 조사된 주요 인물에는 터키의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스웨덴군, 경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첩보기관 등이 포함됐다. 팔메 총리는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대해 비판적이었기 때문에 이들도 의심 대상이었다.

사건이 진전을 보인 적도 있었다. 지난 1989년 리스베스 여사가 마약 중독자를 범인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리스베스 여사의 증언을 받아들인 법원은 그에 대해 유죄판결을 내렸지만, 이후 경찰이 어떤 물리적인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석방됐고 결국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스톡홀름 시내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것도 모자라 수십 년 동안 범인도 찾지 못하면서 스웨덴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경찰은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AFP통신은 스웨덴 경찰이 초기수사를 망쳤으며, 조직력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사건 현장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 구경꾼들이 돌아다니면서 잠재적인 법의학적 증거를 파괴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34년만 찾은 범인은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임검사인 크리스터 페테르손은 용의자의 사망을 이유로 팔메 총리의 미제 살인사건을 종결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용의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기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밝힌 용의자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지난 2000년 사망한 스티그 엥스트롬이다. 페테르손 검사는 엥스트롬이 팔메 총리와 그의 정책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BBC에 따르면 당국은 수사 초기 엥스트롬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지 않았으나, 이후 그의 배경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엥스트롬이 군대에 있었으며 무기를 사용하는데 익숙하고 사격 클럽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또 엥스트롬이 팔메 총리의 정책을 비판하는 모임의 일원이었으며, 그의 친척들 역시 엥스트롬이 팔메 총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졌던 것으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암살 사건 당일 엥스트롬은 사건 현장 인근의 보험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지난 1986년 2월 28일 팔메 총리가 살해당한 현장에 시민들이 추모의 꽃을 두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엥스트롬은 살해사건이 발생했던 당시 주요 용의자로 언론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당시 일부 목격자들은 엥스트롬과 인상착의가 같은 인물이 현장에서 도망치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다른 목격자들은 그를 현장에서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등 목격자들 간의 진술이 엇갈렸다. 엥스트롬은 언론을 통해 자신이 사건 현장에 있었다고 주장, 사건에 관해 언급하며 경찰을 비판했다. 특히 그를 목격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는 자신이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과 함께 추격한 것을 목격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엥스트롬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며, 관련 없는 인물로 분류했다.

팔메 총리는 누구
지난 1969~1976년에 한 차례 스웨덴 총리직을 지낸 팔메 총리는 1982년 다시 취임하며 두 차례 총리직을 역임했다. AFP통신은 팔메 총리가 스웨덴의 현대적 성평등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팔메 총리가 가능한 한 평범하게 살기를 원해 경호원도 없이 외출하곤 했다며, 사건이 있던 날 밤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팔메 총리는 귀족적인 배경에도 좌편향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스웨덴과 북유럽에서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의 베트남전쟁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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