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구글·애플 '반도체 독립선언'…삼성엔 득일까 실일까

[이상훈의 재미있는 반도체 이야기]

■글로벌 '자체 칩 개발' 열풍





그야말로 칩 개발 전성시대다. ‘칩질라’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 대신 자신만의 프로세서를 만들어 올해 말 맥 컴퓨터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애플, 스마트폰 픽셀에 최적화된 독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들겠다며 삼성전자와 손잡은 구글, 거대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한 페이스북·알리바바·바이두 등 너도나도 칩 개발이 한창이다. 전통적 의미의 팹리스 등 반도체 기업부터 전자상거래 업체, 검색 업체 등을 총망라한다.

이런 칩 개발 수요는 반도체 시장에서 많은 변화를 수반한다. 난공불락으로 보였던 모바일 AP, CPU 분야 강자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고, 반도체 제조업인 파운드리의 기반은 훨씬 넓고 탄탄하게 바뀌고 있다. 인텔은 CPU 경쟁자인 AMD에 데스크톱·노트북 시장을 10% 중후반대까지 내줄 만큼 고전하는 상황에서 애플이 ‘탈인텔’을 선언해 난감한 입장이다. 애플의 인텔 진영 이탈은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스마트폰 업체까지 PC용 CPU를 꿈꾸게 만드는 계기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더구나 신경망처리장치(NPU) 등 인공지능(AI) 시대 차세대 프로세서 개발 경쟁이 극심해 기존 프로세서 강자들이 계속 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도 어렵다.

압도적 1위라고는 해도 퀄컴 역시 모바일 AP 점유율이 하락 추세다. 지난해 퀄컴의 AP 점유율은 33.4%(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였다. 하지만 2년 전인 지난 2017년만 해도 40%가 넘었다. 화웨이·샤오미·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퀄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혈안이 된 탓도 있지만 자제 칩 개발 수요가 폭발하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애플 ‘WWDC(세계개발자회의) 2020’에서 기조연설을 하던 중 두손을 모은 채 미소 짓고 있다. /AP연합뉴스


애플 “독자 생태계 구축” CPU 독립 선언

인텔 사업부 인수해 ‘모뎀칩’ 진출 모색도

구글은 삼성 손잡고 ‘AP 프로세서’ 추진



기업들의 칩 개발 수요의 이유는 제각각이다. 애플의 경우 자신의 정보기술(IT) 기기 간 호환성을 높여 독자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다. 2006년부터 무려 15년간 맥과 맥북에 인텔 CPU를 사용해온 애플은 2010년대 중반 무렵부터 2020년까지 자신의 컴퓨터인 맥에 스스로 만든 CPU를 탑재하겠다는 ‘칼라마타 프로젝트’를 가동해왔다. 이번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독립선언은 애플의 오랜 숙원이자 거대 프로젝트의 결과다. 이미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의 모바일 기기에는 영국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암(ARM)의 IP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AP ‘A 시리즈’가 탑재되고 있는 만큼 모바일기기와 PC가 같은 종류의 CPU를 사용하게 되면 애플 제품 간 호환성은 더 높아진다. 자신만의 CPU를 만들게 되는 애플은 모바일 운영체제인 아이오에스(iOS)와 맥OS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독자 생태계를 구축해나갈 것이 분명하다.

애플로서는 그간 칼을 갈아왔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그간 맥 후속모델을 내놓는 주기가 너무 긴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컴퓨터의 심장이자 두뇌인 CPU를 인텔에 맡긴 이상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문제를 알아도 철저히 인텔의 CPU 로드맵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특히 2017년부터 인텔이 공정 개선에서 AMD에 차츰 밀리는 모습을 보여온 것도 애플이 자체 CPU 개발 의지를 갖게 하는 불쏘시개가 됐을 것이다. 애플 입장에서 보면 자신만의 코어가 없어 결국 ARM의 IP로 PC CPU를 만들었다. ARM으로서는 애플이 CPU 개발에 성공한 덕분에 모바일 IP뿐 아니라 PC 시장에서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이번 애플 선언의 핵심은 아이폰, 그러니까 모바일과 호환되는 PC가 나오는 것이다. 그 대신 인텔의 CPU를 쓰지 않아 기존 PC와는 호환되지 않는다. 이전에 없던 새 PC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물론 애플이 인텔 CPU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5%로 작고 CPU 시장도 일반 PC에서 서버 및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점, PC·노트북에서 ARM 기반 제품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애플의 꿈이 백일몽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을 하는 이도 있다. 그럼에도 인텔로서는 이번 애플의 도전이 자신의 왕국을 허무는 트리거로 작동할 수 있다는 내부 위기감이 만만찮을 것이다. 애플의 야심은 이게 끝이 아니다. 모바일 분야에서도 AP는 직접 만들지만 모뎀 칩은 퀄컴에 의존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인텔의 모뎀사업부를 인수했고 2020년대 중반쯤 되면 퀄컴으로부터 ‘독립선언’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올 초 영국의 그래픽처리장치(GPU) IP 업체인 이미지네이션과 다년 계약을 맺어 빛이 바랜 측면도 있지만 애플은 GPU IP도 직접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소프트웨어 최고의 기업인 구글도 하드웨어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써왔다. 이런 구글 전략의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스마트폰 픽셀폰이다. 그런데 구글의 픽셀폰은 그간 모바일 AP로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써왔다. 구글이 자체 제작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폰(A 시리즈), 갤럭시(엑시노스) 등과 달리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는 말을 들어왔다.



“자사 시스템에 맞춰라” 직접 설계 가열

페이스북·알리바바 등도 ‘칩 드라이브’

다양한 팹리스에 신규 파운드리 수요↑



하지만 최근 구글도 삼성과 손잡고 자체 모바일 AP를 만들기 위해 개발 작업에 들어갔다. 구글이 자체 모바일 AP 개발을 완료하면 기존에 사용해왔던 퀄컴 칩 스냅드래곤을 대신해 자신의 모바일 기기에 대폭 채택할 것이 확실하다. 이르면 내년에 출시되는 픽셀5를 비롯해 크롬북 등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자체 프로세서를 확보하게 되면 구글은 기존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과의 차별성은 물론 성능, 배터리 수명 등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다.

사실 구글은 지속적으로 반도체 개발에 힘써왔다. 구글은 기존에 출시된 스마트폰 픽셀에 들어간 머신러닝 및 이미지 처리 작업을 위한 신경망 칩과 보안 칩을 직접 설계해 탑재했다. 신경망처리장치로 불리는 NPU의 일종인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직접 설계했던 게 바로 구글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기존 팹리스 업체들로서는 구글·페이스북·알리바바·바이두 같은 매머드 기업들이 강력한 경쟁사로 부상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는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바이두·아마존 같은 기업들은 자신들의 시스템에 최적화된 칩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해 팹리스에 설계를 맡기지 않고 직접 칩 설계에 뛰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뜻이다.

중국의 알리바바만 해도 단순히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때문에 반도체 진출 선언을 하는 게 아니다. 자체적으로 고객들의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은 자천타천 반도체 사업에 눈독을 들이게 돼 있다. 자신의 시스템에 최적화된 칩을 만들 수만 있으면 외부의 팹리스에 맡기는 것보다 자체적으로 내부에서 해결하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업들은 풍부한 자금으로 팹리스 회사를 사들이거나 뛰어난 엔지니어를 고용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특히 파운드리 시장에 긍정적이다. 칩 개발 붐으로 다양한 팹리스가 부상하면서 신규 파운드리 수요를 만들어 TSMC와 삼성 간 파운드리 구도에도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유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