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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정책
"재정 쌓아두면 썩는다"더니...1원도 못쓴 추경사업 속출

[文정부 '세금낭비 100대 문제사업']

기가코리아사업 예산·추경 600억 배정에 집행률 '0'

권역외상센터 의료진 충원 예산으로 행정직원 뽑기도

野 "정부, 추경 펑펑 쓰면서 수해 지원은 반대" 비판

4차 추경 편성과 재난지원금 현실화 수준 등에 관한 고위당정협의회가 열린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오른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세균(〃네번째)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경제DB




지난해 6월 환경의날을 기념해 경남 창원컨벤션센터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 “미세먼지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4월 제출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당부했다. 당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등 야당은 결사반대했다. 2019년 예산은 496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증가율이 9.5%였다. 지난 2017년 예산 증가율(3.6%)의 세 배에 달한다. 야당은 정부가 더 빚을 내서는 안 된다며 추경을 막았다.

하지만 밀어붙이는 여당의 위세 앞에 야당의 반발은 무력했다. 결국 추경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99일 만에 5조8,000억원 규모로 편성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미래통합당이 이렇게 짜인 역대급 본예산과 추경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따져보니 절반도 못 쓰거나, 심지어 한 푼도 집행하지 못한 사례가 속출했다. 과도하게 추경을 편성하고는 요건에 맞지 않자 집행을 못한 것이다.

우선 미세먼지 추경의 대표 사업이었던 대기개선추진대책 사업은 집행률이 58.6%로, 절반가량만 사용됐다. 이 사업은 본예산에 2,574억원가량이 편성됐지만 미세먼지 추경을 명분 삼아 무려 6,810억원이 증액됐다. 하지만 건설기계엔진 교체(34.6%)와 가정용 저녹스보일러 교체(19.2%) 등의 사업은 제대로 집행조차 되지 않았다. 미세먼지 절감을 위한 가축분뇨처리 사업은 추경으로 112억원을 증액하고도 집행실적은 약 4억원(3.8%)에 불과했고 미세먼지저감숲 사업은 추경으로 150억원을 타갔지만 정작 11.3%인 약 16억원만 쓰였다.

일자리 사업은 조 단위의 혈세를 쏟아붓고도 고용창출 효과가 저조했다.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3년간 일자리안정자금 5조4,000억원을 투입해 거둔 고용효과가 업체당 0.036명에 불과했다. 또 청년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 등을 주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사업의 경우 전액 수령 인원 3만8,926명 가운데 조기취업자는 2,154명(5.5%)에 그쳤다. 또 구직급여 예산이 2016년 4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8조원 수준으로 늘었지만 재취업률은 31.1%에서 25.8%로 5.3%포인트 하락했다. 1인당 2,000만원가량의 비용이 든 혁신성장 청년인재 양성 사업은 취업률이 55%였다.



예산 집행의 법령을 위반하거나 아예 불법적으로 바꿔 다른 곳에 쓴 사례도 수두룩했다. 법무부는 서민·사회적약자 지원예산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홍보영상을 제작했다. 이는 예산을 목적 외에 사용하지 못하게 한 국가재정법 45조를 위반한 것이라는 게 통합당의 주장이다. 또 중증외상환자 치료를 위해 권역외상센터 의사·간호사를 충원하려는 목적으로 배정된 예산을 갖고 연봉 5,000만원의 행정직원을 뽑기도 했다.

심지어 강원도 산불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기 위해 국회의 승인을 받은 305억원 가운데 180억원을 대출 방식의 융자로 전환했다. 통합당은 “산불 소상공인을 두 번 울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결정한 한국수력원자력의 감사 결과를 아직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통합당은 법령 위반으로 지적했다. 또 정의기억연대가 국고보조금을 받아 지출한 약 4억2,000만원의 용처가 불분명하다며 감사원의 감사를 요구했다.

이처럼 예산 사업의 재정투입 효과가 떨어지고 집행률이 낮은 것은 편성과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산 편성은 ‘확장재정’이라는 큰 틀을 세워놓고 거기에 사업을 끼워 넣는 형태가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기존 사업 예산을 늘리는 것은 비교적 단순하지만 예산 투입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면서 “사업이 있고 예산을 넣는 게 아니라 예산이 있고 사업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추경 편성의 ‘신속성’을 틈타 당장 급하지 않은 사업들이 포함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추경도 미세먼지 대응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경기 대응, 일본 경제보복 대응까지 포함되면서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 부처들이 앞다퉈 예산 따내기를 하는 통에 미세먼지 대응 예산보다 경기 대응에 더 많은 예산이 편성된 것이다. 그러고는 제대로 쓰지도 못한 것이 결산 결과 드러난 셈이다.

통합당은 이처럼 예산을 졸속으로 편성해 쓰면서 이달 전국을 할퀸 수해를 지원하기 위한 추경은 정작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배 통합당 정책위의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정을 “쌓아두면 썩는다”고 말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청와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국가 재정은 어려울 때를 대비해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여력을 비축해야 하는데 ‘쌓아두면 썩기 마련’이라며 펑펑 쓴 청와대의 헤픈 씀씀이가 낳은 결과”라고 말했다. /구경우·한재영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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