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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바이든이 본 바이든…반세기 정치여정 끝은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조 바이든 지음, 김영사 펴냄

36년간 상원의원

8년간 부통령 이어

최고령 대통령 도전

2007년 첫 출간 자서전서

파란만장한 인생 역경부터

중도·실용 정치신념 고스란히

美 정계 막전막후 생생하게 서술





만 29세 나이에 미국 공화당의 거물인 현역의원을 꺾고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당선됐다. 이후 무려 36년간 상원의원직을 유지하다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파트너로 8년 간 부통령을 역임했다. 반세기에 가까운 정치인생을 거쳐 최고령 미국 대통령에 도전하기까지, 미국의 정치인 조 바이든에 대해 안다는 것은 미국 정치의 메커니즘과 그 본질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신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시되는 바이든이 쓴 첫 번째 자서전이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되던 때인 2007년에 출간됐다. 말더듬이 어린 시절부터 거물 정치인이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삶과 50년 정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72년 최연소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바이든은 동료 의원들보다 한참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편의주의와 당파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원칙에 따라 표를 던졌다. 대법원의 낙태 불법화 판결에 따른 새로운 낙태 법안과 인종 분리 철폐에 따른 강제 버스 통학 문제에서 중도적 입장을 지킨 것은 바이든의 정치 신념을 잘 보여준 사례다. 이후 상원의원으로 재직한 36년 동안 바이든은 이념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적 중도 성향을 견지했다. 이념에 입각한 대의명분에 따르기보다는 현실적 문제를 고려했고, 그것이야말로 바이든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였다. 이 때문에 항상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공격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상원의원으로서의 모범적 역할과 자세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바이든은 책에서 “나는 편의보다 지적 동의와 개인적 원칙을 우선으로 삼는 바람에 힘든 길을 걸었다. 그렇지만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나는 내 직감을 믿으며, 어느 한쪽 편에 서기 어렵게 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책은 미국 정계의 막전막후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연방 대법관 문제로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 바이든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자기편으로 회유했고, 반대로 바이든은 같은 당의 대통령인 빌 클린턴을 끊임없이 압박해 마침내 코소보 내전에 대한 미국의 군사 개입을 관철시켰다.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무려 7명의 대통령을 거쳐온 바이든의 회고를 통해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입법부가 행정부를 어떻게 견제하고 타협과 협치를 이뤄내는지, 또 어떻게 국정이 운영돼 왔는지 미국 정치의 숨겨진 무대 뒤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책에는 상원 외교위원장을 두 차례나 역임한 바이든의 외교 기본 원칙과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대북강경책을 견지해온 조시 부시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은 대북관계에서 바이든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시가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자, 이 햇볕 정책은 실패입니다. 우리는 빠지겠어요’ 라고 밝힌데 대해 바이든은 부시에게 ‘당신은 분명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는 한국에서 곤경에 처하게 됐습니다’ 라고 지적한다. 점점 심화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적 분열과 행정부의 일방통행을 보여주는 장면도 등장한다. 바이든은 부시 재임 후반부터 나타난 행정부의 독주가 이라크에서 어떤 실패를 불러왔는지 지적하며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경고하고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치인 바이든 뿐만 아니라 ‘인간 바이든’이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 역경도 담겨 있다.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란 바이든은 말 그대로 맨몸으로 사회에 부딪혀야 했다. 일가친척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해 국선변호사가 된 그는 카운티 의원으로 시작해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정치인으로서의 기반을 다져 1972년 델라웨어주에서 20여 년 간 한 번도 선거에서 진 적이 없는 공화당 케일럽 보그스 상원의원을 누르고 극적인 승리를 이뤄냈다. 하지만 동시에 교통사고로 아내와 갓난아기인 딸을 잃어야 했다. 바이든은 사고에서 살아남은 두 아들을 간호하며 상원의원직을 시작했다. 1988년 처음으로 출사표를 던진 대선 레이스에서는 연설 표절 시비로 경선 도중에 하차해야 했다. 당시 충격으로 뇌동맥류로 쓰러져 인생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번의 수술과 재활을 거쳐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정치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후 여성폭력방지법과 유고슬라비아 내전과 코소보 사태를 해결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면서 완벽하게 재기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번째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서두르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생각했다. 대통령이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정말 원한다면 또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명성을 회복하는 것도 단숨에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책은 바이든을 관통한 성공과 좌절, 비극과 극복이라는 삶의 궤적이 어떻게 그에게 영향을 끼쳤고, 그의 신념과 인간성, 철학이 어떻게 담금질 되었는지 보여준다 1만9,8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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