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취임 이후 현대차그룹이 사업 효율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는 계열사 통합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현대모비스(012330)가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하고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307950)가 현대오트론의 나머지 사업 부문과 현대엠엔소프트를 흡수합병한다는 계획을 11일 밝혔다. 계열사들의 사업 중복을 해소해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뜻이다.
현대모비스의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 인수는 미래차에 쓰일 반도체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인수를 계기로 고도의 정밀 제어가 필요한 미래차 반도체와 제어기 통합형 시스템을 개발해 완성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설계 조직과 제어 시스템 개발 조직,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 간 협업도 강화한다. 현대모비스 측은 “기존에는 제어기 사양 개발과 반도체 개발이 분산돼 진행되다 보니 시스템에 최적화된 반도체 개발과 품질 검증 역량에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는 시스템 단위로 반도체와 제어기를 통합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향후 시스템 반도체, 전력 반도체,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오토에버의 현대엠엔소프트·현대오트론 흡수합병은 소프트웨어 사업을 효율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미래차 경쟁력은 운용 체제인 소프트웨어의 역량에 달려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이 분야 경쟁력이 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전장 제어부품은 2000년만 해도 차량 한 대에 20여 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0개 이상이 적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지분 9.57%를 보유한 4대 주주다. 최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20~30%를 보유한 계열사에 대해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도 개편 임박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정 회장은 자신이 최대 주주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10%가량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능현·박한신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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