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아는 것을 꺼내놓으라고 하면 탱고, 잉카, 사탕수수, 카카오, 아마존, 축구 등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여기까지 오면 대부분 지적 밑천이 떨어지게 마련. 좀 더 깊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체 게바라와 혁명,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열정적인 노래, 콜럼버스가 1492년 인도라고 착각하고 도착한 곳 등이 아닐까. 서울에서 지구 반대쪽에 있는 라틴 아메리카는 멀기도 하다. 33개국에 6억이 넘는 인구가 사는 곳, 잉카, 마야, 아스텍 등 화려한 고대문명을 꽃피운 곳, 남북의 길이만 1만2,000㎞에 달하는 광대한 대륙. 다채롭고 풍요로운 땅이지만, 라틴아메리카는 늘 우리의 관심 또는 지적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던 땅이었다. 그래서일까 라틴 아메리카는 알 듯 모를 듯한 곳이다.
라틴 아메리카 전문가인 저자가 다섯 가지 키워드로 라틴 아메리카를 소개한다. 쿠바 혁명과 체 게바라, 잉카와 차스키, 미국과의 국경 분쟁, 그 사이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은 그 땅에 학문적 빚을 진 지식인에게 기대했던,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담론을 이끌어 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갱의 족보를 찾아보고, 신라 와당과 안데스 토기의 유사성을 연결하는 전문가의 추측도 예사롭지 않다. 달콤한 설탕으로 일어선 땅이 설탕으로 녹아내리는 역사의 아이러니 부분에서는 식민지 역사를 지닌 동류항의 공감을 끌어낸다.
평소 라틴 아메리카에 궁금증이 있었던 사람은 물론 라틴 아메리카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것이다. 어떤 대상을 알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얻는 것과 같다. 독자는 유럽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 중심의 관심과 지식에서 벗어나 라틴아메리카라는 세계를 만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책을 한번 잡으면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속절없이 빠져들어 쉽게 놓기 어렵다. 매력적이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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