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후 여성가족부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보조금 환수 결정이 4개월째 감감무소식이다. 보조금 사용에 문제가 발견되는 즉시 환수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기존 입장과 달리 여가부가 윤 의원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단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여가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해 10월 28일 윤 의원이 정대협 직원과 공모해 보조금 6,520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는 검찰 기소 내용에 대한 정대협의 소명 자료를 제출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9월 14일 8개 혐의를 적용해 윤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정의기억연대(정대협 후신) 이사장 출신인 그가 인건비로 쓰여야 할 여가부 보조금 6,520만 원을 유용하고, 정대협이 운영하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춘 것처럼 꾸며 지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 3억여 원을 부정 수령했다는 혐의다.
여가부는 기소 직후인 9월 15일 정대협 소명을 듣고 보조금 환수 조치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체부·서울시는 법원 판결까지 기다리기로 한 반면 여가부는 지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를 계기로 ‘여가부 폐지론’이 들끓자 법원 판결 전에 자체 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이었다. 여가부는 보조금이 인건비 외 용도로 사용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대협에 10월 14일까지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정대협은 검찰에 제출한 증거자료 회수가 늦어진다는 이유로 제출 기한을 10월 말까지로 연기한 끝에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여가부는 정대협 소명 후 3개월이 지날 때까지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들은 보조금 환수 절차를 밟고 있는지 수차례 확인했으나 여가부는 윤 의원의 공판 날짜가 아직 잡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의 정대협 소명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채 판단을 유보했다. 여가위의 한 관계자는 “국회가 승인한 예산에서 나간 보조금 6,520만 원에 대해서 정대협이 어떻게 소명했는지 내역을 알려달라고 여가부에 요청했지만 제출이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 사건 때처럼 여가부가 보조금 문제도 정부와 여당 눈치를 보며 법원 판결까지 판단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대협이 법인 청산 절차를 밟는 상황에서 여가부가 결정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정대협 자산이 정의연에 귀속돼 환수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환수 결정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며 “소송도 걸려 있기 때문에 정대협 청산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