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은 문제가 복잡하다 보니 정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수학과 출신으로 게임 개발의 경험을 가진 인재들을 뽑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약 개발 스타트업 ‘히츠’의 김우연(사진)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각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면 신약 개발에도 효율성이 생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히츠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인 김 대표가 지난해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디지털 기반으로 신약을 연구하는 곳으로 AI와 수학·화학뿐 아니라 전자공학·생물학 등 각 분야의 전공자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창업하고 있는 많은 AI 신약 스타트업들이 약학이나 AI 전공자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히츠가 이처럼 다양한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신약 개발에도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는 김 대표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그는 “비행기나 로켓 설계는 모두 컴퓨터로 한다”며 “컴퓨터로 설계 및 시뮬레이션 검증 후 공중에 띄우는 것인데 여기에는 계산 공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신약 개발 역시 컴퓨터 기반으로 화학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인재 채용도 타 스타트업들과 다르게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인재를 채용할 때 신약 개발자들도 뽑지만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 요즘에는 신약 개발 경험이 전혀 없는 정보기술(IT) 관련 인재들을 영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특히 게임 개발사 경험을 가진 수학과 출신들을 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시각을 갖춰야 하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다양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그만큼 신약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5,000~1만 개 신약 후보 물질 중에서 9개만 임상에 진입하고 이 중 하나만 최종 판매 허가를 받는다.
김 대표는 컴퓨터상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가상의 후보 물질을 탐색, 검증하고 그 결과를 정리해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까지 자동화했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수십만 개 후보 물질을 가상으로 탐색해 적절한 물질을 골라 추천하거나 원하는 효능의 후보 물질을 자동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라며 "통상의 가상 탐색 방법으로는 1% 정도만 후보 물질로서 기준점을 통과하는데 히츠 방식을 적용하면 8% 정도로 나온다"고 설명했다. 전체 과정은 컴퓨터상에서 2~3일 내로 끝난다. 그만큼 신약 개발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보니 협업하는 회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LG화학·종근당·보령제약·일동제약 등 굴지 기업들과 연구를 진행했다. 김 대표는 “생물·신약 분야는 아직 디지털과 거리가 멀다”며 “신약 개발 과정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국내 신약 개발의 디지털 허브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호현 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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