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제61주년 3.8민주의거 기념식에서 ‘3.8민주의거 기념관’을 차질 없이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총리는 이날 “61년 전, 자유와 정의를 사랑했던 대전의 청년들이 있었다”며 “1961년 3월, 대전의 봄은 잔인했다. 자유당 이승만 독재정권은 장기집권 야욕을 숨기지 않고 부정과 편법으로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 총리는 이어 “언론을 향한 검열과 탄압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막았다. 관공서와 학교는 공익을 저버리고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독려하는 앞잡이로 전락했다”며 “목숨 바쳐 순국 선열들이 지켜 온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라질 위기 앞에 놓였다”고 되짚었다.
정 총리는 아울러 “대전 한밭의 의로운 청년들이 선조들이 쌓아 온 대한민국의 정의를 지켜내기 위해 분연히 일어섰다. 부패와 탐욕의 독재를 몰아내기 위해 일어섰다. 불끈 쥔 두 주먹과 의분에 찬 정의로운 눈동자로 부정과 부패, 억압과 폭정의 세상을 향해 몸을 던졌다”며 “권력은 총구와 몽둥이로 학생들을 위협하고 불의의 바리케이트로 청년들의 행진을 저지했지만 학교의 담장도, 무장 경찰의 병력도, 대전 청년들의 정의를 향한 용기와 자유를 향한 목마름을 막아 서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흥로에서 공설운동장까지 이어지는 민주화의 물결은 흩어지고 뭉쳐지며, 더 큰 장강이 되었다”며 “어깨 걸고 손잡아 뜨거운 가슴을 맞대어 ‘학원 자유’ ‘독재 타도’를 외치며 잠든 민주주의를 일깨웠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아울러 “그렇게 대전에서 용솟음 친 푸른 함성은 3월15일 마산 항쟁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4.19혁명으로 승화돼,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다”며 “전 청년이 일으킨 정의로운 물결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바로 세워진 것이다. 더 크고 더 넓은 민주주의로 가는 문, 바로 우리 한밭의 청년들이 열었다”고 평가했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로서, 역사의 현장에서 그날의 의로운 기상을 받들고 이어가기 위해 그 자리에 섰다는 정 총리는 “한밭의 3.8민주의거는 대구에서 피어난 혁명의 불씨를 전국으로 퍼트린 기폭제였다. 한밭의 젊은 심장은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정의란 무엇이며, 또 자유는 무엇인지를 역사의 페이지에 남겼다”고 치켜세웠다. 정 총리는 "대전 청년들은 무너진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고
삼천리 방방곡곡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렸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봄은 그렇게 한밭 청년들의 끓는 가슴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 총리는 또 “정의와 자유, 민주를 향한 한밭의 불꽃이 얼어붙은 민주주의를 녹이고, 이 땅에 사월의 꽃으로 피어난 것”이라며 “나는 대한민국의 민주화가 우리 대전에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를 눈부시게 꽃피울 수 있는 건 푸른 들풀처럼 솟아난 3.8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3년 전인 201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3.8민주의거가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며 “민주주의 역사를 올곧게 똑바로 세우는데 무려 58년이 걸렸다. 한밭의 청년들은 3.8 정신이야말로 역사의 이름으로 남아야 할 내용이고 시대를 관통하는 가르침으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정부도 3.8의 정신을 적극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 특히 대전 시민 여러분의 숙원 사업인 ‘3.8민주의거 기념관’이 차질 없이 건립되도록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코로나19(신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를 이겨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