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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마스크 지적에 택시타고 협박”…버스기사 '코로나 수난사'

시민의식 높아졌지만 일부 ‘코스크’·‘턱스크’ 여전

미착용자에 하차 요구했다가 ‘허위민원’으로 보복

마스크 한 장 베풀자 박스째 돌려준 훈훈한 사연도

서울의 한 시내버스 회사 직원과 기사가 운행을 마친 버스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허진 기자




8~9평(26~29㎡) 남짓한 좁은 공간. 매일 수많은 승객이 오르내리는 버스 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 수칙을 둘러싼 갈등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마스크 착용을 놓고 승객과 승객, 승객과 기사 간 실랑이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오늘도 버스 기사들은 갈등의 한복판에서 외로이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린다.

지난 8일 오후 1시 서울의 한 시내버스 회사 내 4평 정도의 휴게실. 근무 교대를 기다리는 기사 신모(49)씨는 마스크 두 개를 겹쳐 쓰고 있었다. 그는 “답답해도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지 않느냐”며 “하루에도 워낙 많은 사람과 스치다 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료 기사 권모(53)씨도 “우리가 걸리면 그때는 ‘슈퍼 전파자’가 되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행여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슈퍼 전파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이들은 퇴근 이후 동료들과의 조촐한 술자리마저 끊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승객들의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마스크를 코 아래로 쓰거나 턱에 걸치는 일명 ‘코스크’족, ‘턱스크’족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기사들은 말한다. 권씨는 “운전하면서 승객들이 마스크를 잘 쓰고 있는지 뒤를 돌아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간혹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승객을 하차시키라는 요구가 있는데 난감하다”고 전했다.

물론 현행법상 기사는 대중교통 탑승 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에게 하차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하차를 요구했다가 ‘허위 민원’으로 보복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사 황모(57)씨는 “승객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쓰라고 했다가 괜히 사소한 트집을 잡거나 허위 민원을 넣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며 “기사들로서는 허위 민원을 증명하는 과정 자체가 고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이 회사 소속 기사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의 승차를 거부하자 해당 승객은 택시를 타고 다음 정거장까지 쫓아와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 회사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기사들이 담소를 나누며 근무 교대를 준비하고 있다./허진 기자


술 취한 승객들이 많이 타는 야간 운행은 기사들에게 더 고역이다. 기사 최모(41)씨는 대뜸 한 승객에게 험악한 욕설을 들었다. 알고 보니 이 승객은 지난해 말 술에 취해 버스에서 마스크 난동을 피운 사람이었다. 당시 출동한 경찰에게 조사까지 받은 것에 앙심을 품었던 그 승객이 같은 회사 소속 다른 기사에게 화풀이를 한 셈이다.

코로나19는 버스 기사들의 실질적인 업무 시간도 연장시켰다. 운행이 끝나도 버스 내 손잡이와 좌석을 일일이 소독하는 방역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동이 꺼진 버스 안에서 부지런히 소독 중인 기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기사는 “아무래도 피로를 풀 시간이나 쉴 시간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험악한 이야기가 뉴스를 장식하는 와중에 따뜻한 사연을 전하는 기사도 있었다. 한 기사는 “마스크를 안 쓴 승객이 있어 내 것을 하나 줬는데 고맙다며 되레 마스크 몇 박스를 회사로 보내온 승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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