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해 다시 한 번 혜안을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일견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부탁 같지만, 해당 발언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1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플랫폼 입점업체 대표들을 만나 당부한 말이다.
실제 조 위원장은 최근 플랫폼 공정화법의 국회 통과를 위해 관련 사업자, 언론, 학계, 정치권 등을 잇따라 접촉하며 절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에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기조 강연(4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출연(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당정협의(16일) ▲공정거래정책방향 온라인 간담회 참석(26일) 등 플랫폼 공정화법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녔다. 올 들어 첫 현장방문 업체가 음식 배달 플랫폼 1위 사업자인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인 것 또한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과 관련이 깊다. ICT 업계에서는 플랫폼 공정화법을 조 위원장의 핵심 추진 사안으로 분류하며 ‘조성욱법’이라고 부를 정도다.
조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사실상 ‘청부입법’한 것으로 알려진 ‘플랫폼 이용자보호법’ 때문이다. 방통위는 플랫폼 공정화법의 국회 통과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권한을 공정위가 쥐게 될 것이라 우려 중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전혜숙 의원안을 지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반면 공정위를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정부 법안인 공정위 안을 지지하고 있다. 공정위와 방통위 간의 주도권 다툼이 국회 상임위 간 다툼으로 전선이 확대된 셈이다.
공정위로서는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2월 한달간 배포한 반박·설명 자료 8건 중 5건이 플랫폼 공정화법에 관한 자료일 정도로 민감하게 대응 중이다. 이날 오전에는 국회에서 공정위 실무자 외에 정무위 소속 의원, 참여연대 등이 참석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주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참석했을 뿐 과방위 소속 의원은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반면 플랫폼 공정화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는 모습이다. 국회는 지난달 26일에도 유동수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주재로 회의를 열어 ‘플랫폼 공정화법’과 ‘플랫폼 이용자보호법’ 간의 조율을 시도했지만 공회전하는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공정위 법안과 전 의원 법안이 어느정도 절충된 제 3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애초 플랫폼 관련 이슈를 주도하던 공정위 입장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는 셈이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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