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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김일성 회고록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출협 “결정 환영”

윤철호 출협 회장 명의 논평 통해 입장 밝혀

"사상과 표현, 출판의 자유가 민주사회 근간"

"결함 지적 있지만, 우리 사회가 소화 가능"

가처분 신청인 측은 불복, 새롭게 가처분 신청





법원이 김일성 북한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대해 대한출판문화협회(이하 출협)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출협은 14일 윤철호 회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법원의 결정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규정이 더 이상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장치로 사용될 수 없음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만큼 조만간 교보문고 등 서점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사상과 표현, 출판의 자유가 민주사회의 근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 책이 가진 여러 내용상의 결함이 지적되고 있으나 우리의 현대사는 이런 ‘류’의 ‘문제’를 가진 책까지도 소화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역사”라고 강조했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의 항일투쟁사를 기술한 책이다. 1992년 김일성 80회 생일을 계기로 북한 조선노동당 출판사가 1권을 냈다. 이후 1998년까지 총 8권이 발간됐다. 국내에서는 지난 달 1일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김일성을 저자로 '세기와 더불어 항일회고록 세트'를 냈고, 곧바로 논란이 됐다. 원전을 그대로 출간하면서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자유민주주의 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김일성 회고록 배포는 국가보안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법원에 회고록의 판매·배포를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13일 이들 시민단체가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신청인들의 주장과 제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신청을 구할 피보전 권리나 그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 되지는 않았다. 신청인 측 법률 대리인인 도태우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납북자 가족 분들이 신청인으로 나서 새롭게 김일성 회고록 판매 배포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며 사건 접수증 사본을 공개했다. /정영현기자yhchung@sedaily.com

다음은 출협 논평 전문.



김일성 회고록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환영한다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 규정이 더 이상 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장치로 사용될 수 없음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만큼 조만간 교보문고 등 서점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김일성 회고록이 국내 출간된 4월 초 이후, 언론과 보수 단체를 중심으로 많은 논란이 양산되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유해간행물 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자 책을 유통하는 한국출판협동조합은 공급 중단을 통보했고, 교보문고 등에서도 즉각 판매를 중단했다. 이후 간행물윤리위원회가 불심의를 결정했음에도 경찰과 통일부에서는 출간 경위를 파악해 국가보안법 등의 위반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김일성 회고록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27년 전인 1994년에는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표현물 제작) 혐의로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와 인쇄소 대표 등이 구속된 바 있다. 바로 다음 해에도 이 책을 출간해 대학 서점가에 배포한 출판인 3명과 서점 주인이 긴급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북한 책을 펴냈다고 출판인이 구속되던 시대를 돌이켜 볼 때, 이번 법원의 결정은 출판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진일보를 보여주는, 반가운 일이다.

북한 책이라고 무조건 비판을 쏟아 붓고 ‘판금’ 조치를 내리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학술과 남북 교류의 목적을 위해 북한 관련 책들이 학계와 시민사회에 자유롭게 개방되어야 할 때다. 낡은 유해간행물 심의 규정도 고쳐야 한다. 사상과 표현, 출판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근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현대사는 이런 ‘류’의 책까지도 소화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역사이다. 이번 법원의 결정이 구시대의 유물을 혁파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우리 국민 모두를 더욱 자유롭고 개방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 속에서 우리의 문화는 물론 산업생산 역량까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아울러 과거 군사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잔재들이 산재한 시대 상황에서 이 책을 펴냄으로써 출판의 자유의 지평을 확대하는 데 기여했으나 그 대가로 옥고를 치를 수밖에 없었던 당시 출판인들의 노고와 고투에 마음 깊은 위로를 보낸다.

사상과 표현, 출판의 자유가 민주사회의 근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이 가진 여러 내용상의 결함이 지적되고 있으나 우리의 현대사는 이런 ‘류’의 ‘문제’를 가진 책까지도 소화해낼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역사이다.

2021. 5. 14.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윤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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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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