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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우리는 왜 네이버·카카오에 돈을 내지 않는가?

■플랫폼 경제와 공짜점심

강성호 지음, 미디어숲 펴냄

금융委 서기관이 낸 네트워크 생태계 입문서





여러분은 이런 의문을 가져봤는가. 왜 카카오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그리고 송금을 하는데 수수료를 받지 않을까. 또 네이버에선 검색이, 그리고 뉴스 구매가 왜 공짜일까. 우리의 일상을 종속시킬 만큼 편리한 툴을 집합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에 우리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저 그 안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이들에게만 값을 지불할 뿐. 공짜인데, 굳이 그런 물음이 필요하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미 너무도 당연한 일이 돼 버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숨이 허덕일만큼 빠른 속도로 뒤바뀌고 있는 이 세계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은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부제는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전통 산업(파이프라인 산업)과 플랫폼기업, 그리고 디지털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이 첨예하게 맞붙는 금융시장의 첨두(尖頭)에 서 있는 금융위의 서기관이 일반을 위해 저술한 플랫폼 경제의 개괄서다.

500여년만에 뒤바뀌는 질서… 新 ‘상상의 공동체’가 온다


1450년경, 지금의 독일인 신성로마제국의 세공업자였던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해 낸다. 전 코넬대학의 교수였던 고(故) 베네딕트 앤더슨은 저서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ies)’에서 근대 민족국가의 시발점이 구텐베르크의 인쇄기라고 말했다.

동학은 이렇다. 손으로 ‘한땀한땀’ 필사해야 전달이 됐던 지식과 정보가 인쇄술을 통해 보다 손쉽게 일반 대중에게 전달이 되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범인이 인지하는 물리적 세계라고 해봐야 봉건 영지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하지만 정보가 활자화한 책이 퍼지면서 공간을 격하고 있는 곳의 존재를 인지하게 된다. 책 때문에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의 생활상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 물리적 세계를 인지하는 인식의 지평이 광범위하게 확장한 셈이다. 그렇게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끼리 각자의 정체성을 공유하는 일이 쌓이게 됐다. 여기에 그밖의 여러 요소가 결합하면서 근대 민족국가라는 공동체가 탄생했다는 게 책의 주요 골자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었다면 스웨덴의 어린 소녀였던 그레타 툰베리의 1인 시위가 전 세계로 알려졌을까. 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그레타 툰베리(I Am Greta)’는 지난 4월 29일 개막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초청작으로 상영됐다. /사진제공=영화사 진진


이 책은 이렇게 세계를 구성하는 질서가 뒤바뀌는 일이, 지금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가 일상처럼 활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쉽게 말해 인터넷을 통해서 맺는 네트워크가 바로 매개체다. SNS로 연결된 지구촌은 그 어느 때보다 좁다. 실제로 그레타 툰베리의 트윗은 기후 위기라는 슬로건 아래 사람들을 뭉치게 했고, 정치적 기반이 전혀 없던 도널드 트럼프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 대통령 자리까지 올라섰다.

이 같은 연결이 사람에게만 국한한 것도 아니다. 사람과 사물이 연결(IoT·Internet of Things)되고, 곧 모든 것이 연결(IoE·Internet of Everything)되는 세상이 온다. 저자가 SNS를 두고 인쇄자본주의의 오늘날 모습이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학자인 제이슨 생커도 이를 ‘디지털 인쇄자본주의(digital print capitalism)’라고 명명했다. 새로운 ‘상상의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도, 권력도 다 바뀌어… 알아야 기회를 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변화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자 답을 한번 해보자. 네이버쇼핑을 통해 구매한 상품의 상품평을 올렸다. 이 상품평은 나의 노동행위인가, 아니면 네이버가 축적한 데이터 자본인가.

우선 플랫폼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양면시장’을 잇는 네트워크를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양면시장이란 플랫폼 경제를 가장 손쉽게 설명하는 이론이다. 양면시장에서는 비용을 지불하는 쪽(money side)과 혜택을 보는 쪽(subsidy side)이 다르다. 혜택을 보는 쪽은 지불하는 돈은 ‘제로(O)’에 수렴한다. 지불하는 쪽이 내는 돈을 ‘교차보조금(corss_subsidy)’이라고 한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전통 경제학의 명제가 플랫폼에선 작동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톡. 사용자는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플랫폼의 반대편에 서 있는 광고업체나 이모티콘·기프티콘 판매자가 서비스에 드는 비용을 부담한다. 넷플릭스나 밀리의 서재 등은 ‘미래의 나’에게 비용을 끌어오는 ‘공짜 미끼(loss leader)’, 유튜브는 고급서비스를 위해 돈을 내도록 하는 ‘프리미엄(freemium)’, 페이스북은 ‘대가성 광고(reward advertising)’라는 교차보조금을 활용한다. 이렇게 양면시장을 잘 잇는 비즈니즈 모델을 세우는 플랫폼이 모든 것을 쥐는 승자가 된다.



카카오3.0 개념도. 무료 메신저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는 이제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이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모빌리티, 금융 등의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이 가지는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사진제공=카카오


독점의 일상화가 플랫폼 경제의 특색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비교하며 동시에 이용(멀티호밍·multi-homing)할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네이버와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이 공존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도록, 그러니까 양면시장을 효율적으로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한 플랫폼 사업자가 결국 시장을 독식(싱글호밍·single-homing)하게 된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구글과 바이두, 그리고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기업이다. 소비자의 멀티호밍을 막는 것, 그것이 플랫폼 기업의 경영전략이다.

권력구도의 개편도 플랫폼 경제의 빼놓을 수 없는 한 특징이다. 플랫폼은 나보다 나를 더 잘안다. 공짜 점심에 현혹된 개인은 점점 더 플랫폼에 종속돼가고 있다. 얼마 되지 않는 대가를 위해 우리의 기호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까지 플랫폼에 헌납한다. 앞선 질문처럼 우리가 네이버쇼핑에 달아주는 상품평은 네이버에겐 자본이 된다. 그렇게 거의 공짜로 자본을 많이 확보하는 플랫폼이 시장을 독식한다. 하지만 그 ‘데이터 노동’에 대한 대가를 우리는 받지 않는다. 소정의 포인트만 받을 뿐이다. 최근 데이터 노동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데이터 노동조합(data union)’ 설립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싱가포르 DBS뱅크는 오픈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은행의 네트워크를 핀테크 기업에 개방했다. DBS는 알리바바 등 빅테크 기업의 공습을 전통 은행이 막아낸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사진제공=위키피디아


기존 전통산업의 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업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공습은 이미 시작됐다. 골드만삭스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이 네트워크 관리 비용을 낮추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빅테크가 시장을 독식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소비자가 싱글호밍하는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 실제로 싱가포르의 DBS은행은 이미 ‘보이지않는 은행’으로 변모에 성공해 알리바바 등의 빅테크 기업의 공격을 막아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권력도 플랫폼, 그러니까 네트워크를 통해 재구성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진 ‘촛불집회’는 SNS가 사회권력을 어떻게 재구성하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디지털 네트워크가 개별의 분노를 연결하면서 공감이 확산했고, 그로 인해 기존 정치권력이 뒤집을 수 없는 거대 운동으로 발전한 것이다. 리더도, 별도의 조직도, 그리고 위계도 없다. 이른바 ‘뉴파워’의 등장이다. 책은 디지털정당의 탄생 가능성마저도 점치고 있다.

뉴파워는 독점이 없는 플랫폼을 만들내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운영체제(OS) 리눅스나 위키피디아가 좋은 예다. 누구나 자유롭게 프로그램에 기여하는 오픈소스를 통해 일어나는 ‘동료생산(peer production’ 방식으로 플랫폼이 만들어진다.

새로운 세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플랫폼 경제가 가져올 미래상은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디스토피아가 될수도, 유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아직은 불평등과 양극화라는 자본주의 폐해를 더욱 심화실킬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긴 하다. 플랫폼 기업의 독식을 막기 위해 네트워크 소득세 등을 통해 부를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인간적 자본주의 질서를 위해 데이터 노동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 수 없는 미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다. 수백년을 두고 느리게 진행됐던 500년 전과 달리, 우리가 지금 맞닥뜨린 변화는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급격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미래를 향해 출발했고,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다고.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는 말이다. 결국 디스토피아든 유토피아든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은, 작게나마 그 첫발이 될 수 있다.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매트릭스’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반군의 실질적 리더인 모피어스가 주인공 네오에게 두 개의 알약을 건넨다. 빨간약을 삼키면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되지만 고달픈 삶이 시작된다. 반면 파란약을 먹으면 그냥 눈앞에 보이는 거짓 현실해 안주해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자 빨간약이냐, 파란약이냐. 이 책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린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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