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 규모 1위인 업비트와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가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한 인력 채용에 나섰다. 다른 시중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와 제휴에 소극적인 것과 달리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제휴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정부가 뒤늦게 암호화폐 관리 방안을 내놓고 투자자 보호에 나선 가운데 오는 9월 말까지 얼마나 많은 거래소가 생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6월 30일까지 자금세탁방지 모니터링 담당자를 채용한다고 공고했다. 담당자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원화 입출금 내역 중 피싱·사기·해킹 등 의심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의심 거래 보고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맡는다. 채용 규모는 두 자릿수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채용 공고를 바탕으로 케이뱅크가 업비트와 계속 제휴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케이뱅크가 국내 최대 거래량을 가진 업비트와 제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는 하루 거래량이 약 7조 원(29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2위 거래소인 빗썸(1조 4,472억 원)보다 크게 앞선다. 케이뱅크는 독점적으로 업비트의 실명 계좌를 내주고 있다. 케이뱅크 계좌를 통해 업비트로 자금이 유입되는 구조로 암호화폐 투자금이 늘어날수록 케이뱅크의 사용자와 수신 잔액도 증가한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고객 수는 지난 4월 말 기준 537만 명으로 1월 말(247만 명)보다 약 300만 명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신 잔액은 4조 5,000억 원에서 12조 1,400억 원으로 3배가량 뛰었다. 고객 수는 최근 600만 명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당초 예상한 것보다 유상증자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 업비트와 발급 제휴를 맺어 다음 달 재계약에 돌입한다. 케이뱅크 측은 “계약과 관련한 내용은 양사 모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양사 모두 시너지를 보고 있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빗썸·코인원과 제휴를 맺은 NH농협은행, 코빗과 거래하는 신한은행은 7월 중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자금세탁방지와 관련해 거래소를 평가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와 실명 계좌 발급을 진행하지 않는 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거래소와 사실상 제휴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 없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여전히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신고 기한인 9월을 전후로 상당수의 거래소가 ‘기획 파산’ ‘먹튀’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에 재직 중인 개발자들·실무진들은 특금법에 맞춰 준비하기보다 문 닫을 생각부터 하는 거래소들이 있다고 얘기한다”며 “9월 전후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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