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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이 쏘아올린 정치 빅뱅…86세대·기득권 체제 퇴장 예고

'3류 정치' 가고 '희망의 정치' 온다

구태·혐오·독점세력에 대한 염증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정치 기대

오스트리아 쿠르츠 총리와 유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늘부터 우리가 행하는 파격은 새로움을 넘어 새로운 여의도의 표준이 돼야 합니다.”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 대표는 14일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파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1985년생으로 헌정 사상 첫 30대 당수라는 기록을 세운 이 대표의 등장은 단순히 국민의힘의 변화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정치권에 팽배한 ‘혐오의 정치’를 재편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그들만의 리그’와 ‘86세대 기득권’ 등 정치 혐오를 야기한 이른바 ‘3류 정치’의 퇴장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존의 정치 문법을 허물고 서른 살에 총리에 오른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처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다양한 생각이 공존할 수 있는 그릇이 돼야 하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우리의 언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는 즉각 여론에 반영됐다. 정당 지지율에서 국민의힘은 2주 연속 상승해 39.1%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준으로 탄핵 이후 최고 지지율을 보인 지난 4월 1주차의 39.4%에 근접한 수치다.

‘이준석 현상’이 계속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정치학회 회장인 김남국 고려대 교수는 “기존의 기득권 정치 체제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만들어낸 현상임은 분명하다”며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새로운 정치의 향배를 결정할 변수로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밀실야합’과 ‘극단적 투쟁’ 방식의 3류 정치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요구 사항을 꿰뚫었던 쿠르츠 총리와 비슷한 현상이 발견된다”며 “이준석 현상은 기존 정치 체제 재편과 함께 정치를 독점해온 86세대와 일부 명사들의 시대에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혐오의 정치를 극복하겠다는 국민의 열망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상대를 ‘적폐 대상’으로 규정한 현 정권은 혐오의 정치를 팽창시켰고 야당도 정치를 전쟁으로 보는 것 같은 패러다임에 갇혀 정치를 ‘혐오 영역’으로 전락시켰다”며 “이준석 현상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열망을 분출할 수 있게 해준 ‘병따개’ 역할에 대한 지지”라고 해석했다.

"新 정치세력 바라는 열망 터져...세대 넘어 시대 교체 신호탄"


‘30대 0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등장은 극단적인 대립을 이어가며 갈등의 해소와 통합에 실패해온 국회가 존중과 협치의 체질 변화를 시도하라는 민심의 죽비라는 평가가 나온다. 따라서 그동안 거대 야당의 발목 잡기나 거대 여당의 일방 폭주가 번갈아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혐오감을 키워온 국회에 타협과 토론의 정치가 자리잡는 체질 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특히 이 대표를 지지한 2030세대를 비롯한 새로운 가치로 무장한 유권자들의 지지와 열망의 에너지가 뭉쳐 한국 정치의 세대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 실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공식 당무를 시작한 첫날부터 여야가 대립에서 존중으로 관계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 일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데 대해 이 대표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른 시일 내에 합의해 정례화할 수 있도록 말씀드리겠다”고 화답하면서다. 여야 협의 기구 구성에 최고 수장이 즉각적으로 화답한 것은 그간 국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었다는 평가다.

이번 21대 국회에서 여당은 180석을 차지한 뒤 ‘입법 폭주’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은 법사위원장직을 고수해온 가운데 야당이 원구성 협상을 거부하자 거대 여당은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독식하는 선택을 했다. 이후 ‘임대차 3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 쟁점 법안을 야당과 합의 없이 일방 통과시키며 야당의 반발을 샀다. 김부겸 국무총리 인준 동의도 강행하면서 처음으로 야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통과시켰다. 타협과 협치가 실종된 ‘3류 정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박근혜 정권부터 토론과 논의 문화가 사라졌고 문재인 정권 들어서는 여야가 원수처럼 싸웠다”고 진단했다.

여당 여야정 상설협의체 제안하자…李, 野 대표로는 즉각 화답 이례적


여야가 서로의 진영 논리에 빠져 출구 없는 대립을 세우는 모습에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는 갈수록 깊어졌다. 이 대표의 당선은 이러한 혐오가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 등장에 대한 열망이 터져나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김대진 조원C&I 대표는 “이 대표에게 세대교체와 변화에 대한 열망이 모인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보수의 전통적 어젠다를 지켜가면서 새로운 보수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기성 정치권의 관성에서 탈피하라는 요구”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인은 물러나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주도했던 가치·비전·정치를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소장은 “(국민들은) 당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과 나라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고 해석했다.

토론배틀 등 대화의 정치 위해…새로운 가치 실험 적극 나설수도


토론 문화에 익숙한 이 대표가 타협과 협치에 우선하는 대화와 토론으로 의정 활동을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토론의 메카로 꼽히는 영국 하원과 마찬가지로 활발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국회 내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다. 이미 이 대표는 토론 실력을 바탕으로 여당은 물론 청와대와의 어떤 형식의 만남에서도 할 말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영수회담 제안이 올 경우 형식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응하겠다”며 “토론할 때 3 대 1, 4 대 1로도 했는데 독대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송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이 같은 이 대표의 방침에 대해 “환영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시민들은) 정치인들이 추상적인 말만 하는 것을 거부하고 구체적인 어젠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할 것”며 “민감한 이슈를 피해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 식으로 정치 문화가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정치인의 세대교체를 넘어 우리나라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를 빚는 ‘시대 교체’를 촉발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는 “시대 교체라는 것은 새로운 가치로 무장한 사람들이 오는 것”이라며 “그 전에는 사람들이 국가·민족·사회·회사와 같은 집단을 중요시했다면 이제는 개인을 중시하는 세대”라고 지적했다. ‘이준석 현상’으로 나타난 새 시대를 향한 변화의 바람은 세대교체를 통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 대표는 “이 대표는 꺾일 수 있어도 이 세대가 오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준석 '따릉이' 타고 쿠르츠는 '이코노미석'...이념보다 실용 중시도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35세의 젊은 지도자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 공통점이 많다. 이들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보수당 대표를 맡았을 뿐 아니라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통해 민심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2030 남성들의 페미니즘 정책에 대한 불만을, 쿠르츠 총리는 반(反)난민 정책을 표방하는 자유당과의 연정을 통해 권력을 잡고 있어 ‘약자에 대한 혐오’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스트리아 유권자들은 27세의 나이에 외무장관으로 발탁된 쿠르츠 총리에게 ‘의외의 매력’을 발견한다. 그가 크로아티아를 예방하는 선린외교를 수행할 때 일반 항공인 에어오스트리아의 이코노미석을 탔다는 사실에 주목한 것이다. 총리는 기자들에게도 “장관님”이 아닌 “제바스티안”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의 출근 첫날 사람들의 이목을 끈 것은 다름 아닌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였다. 그는 다음 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하철 서울시내 정기권과 따릉이가 최고의 이동 수단”이라고 말했다. 쿠르츠 총리는 프리미엄 항공 1등석을, 이 대표는 ‘당 대표 전용 차량’을 거부하며 기존 정치권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들은 10년이 넘는 기간 고도의 정치 훈련을 받았음에도 기존 문법은 따르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쿠르츠 총리는 지난 2003년 17세의 나이에 국민당에 입당한 후 2008년 빈 시의회 의원, 2013년 외교부 장관을 거쳐 2017년 국민당 대표로 선출된 ‘정치 베테랑’이다.

이 대표 역시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발탁돼 10년 이상 정치를 했다. 세 차례의 국회의원 선거(2012년·2016년 총선, 2018년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낙선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2018년 바른미래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이후 활발한 방송·언론 활동을 통해 제1야당 대표직에 오른다. 그가 ‘0선 중진’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들의 등장은 ‘낡은 정당’이던 보수당을 바꿔놓았다. 오스트리아 국민당은 쿠르츠 총리 등장 전까지만 해도 고루하고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로 인해 20%대 지지율에 머물렀으나 쿠르츠 총리를 대표로 선출하며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국민의힘 역시 지금까지 ‘산업화 시대’의 정당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이 같은 인식을 바꿔나가고 있다.

다만 이들을 향해 “약자에 대한 혐오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쿠르츠 총리는 2017년 자유당과의 연정을 통해 첫 집권을 한다. 그러나 극우민족주의 정당으로서 각종 인종차별 발언을 일삼던 자유당과 손을 잡았다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후 쿠르츠 총리는 외무장관 시절의 ‘친난민’ 정책을 뒤집고 난민들이 중동·아프리카 등에서 오스트리아로 건너오는 경로를 폐쇄한다.

이 대표의 정치적 기반은 ‘페미니즘’에 분노한 2030 남성이다. 그는 2019년 펴낸 책 ‘공정한 경쟁’을 통해 “여성할당제에 대한 ‘100분 토론’을 기점으로 나는 의외의 영역에서 젊은 세대에서의 대중적인 인기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대표가 내놓은 ‘여성할당제 폐지’ 등의 공약은 여성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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