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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우체국 택배 중단 위기…"아마추어식 정책의 예견된 실패"

[시장 거스른 정책, 노동 갈등만 키웠다] 우본·택배노조 사회적합의 후폭풍

택배기사 분류작업 벗어났지만 집배원 노동강도 높아져

"역차별 해소해달라"...우본노조, 택배사업 중단까지 촉구

"勞로 기운 정책, 되레 고용 감소 등 부정적 영향 끼칠 것"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소속 우원식, 양이원영, 장경태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와 택배노조 우체국 본부가 택배 과로사 대책 사회적 합의 이행에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전국택배노조와 우정사업본부의 사회적 합의 타결로 택배 파업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공무원노조인 전국우정노동조합이 택배노조 소속인 위탁 배송원(택배 기사)들과의 역차별을 해소해달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정노조 조합원은 3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1만 7,000명이 일반 우편과 택배 배송을 맡고 있다. 우정노조 역시 오래전부터 과로사 대책 마련을 호소해왔다.

가장 큰 우려는 우정노조가 택배노조와 민간 택배사의 사회적 합의를 그대로 적용해달라고 주장할 경우다. 택배노조(우체국 택배 소속 3,000여 명)처럼 파업 등 단체 행동에 나설 경우 배송 대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이미 우본 내부에서는 택배 사업을 접으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시장 원리를 거스른 정부의 아마추어식 정책의 예견된 실패라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 10%’ 우체국 택배 사업 중단 기로=우본이 택배노조와 사회적 합의에 이르면서 우체국 택배는 사업 중단의 기로에 놓였다. 우정노조는 전일 우본이 사회적 합의 기구에 불참해야 한다고 공식 논평을 냈다. 우정노조와 사무직으로 구성된 조합원 7,000여 명의 우본공무원노조는 급기야 우체국이 택배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만일 우본이 택배 사업을 접는다면 물류 대란은 불가피하다. 우체국 택배의 택배 시장 점유율은 10%다. 우체국 택배는 공공 기관이 운영하는 만큼 수익성보다 공익성을 우선시했다. 배송이 어려운 외지까지 우체국망을 활용해 배송을 해왔다는 점에서 사업 중단 시 민간 택배 업체보다 파장이 더 크다. 게다가 우체국 택배가 중단돼 택배 시장 전체가 민간 영역으로 넘어온다면 택배비 인상은 시장 논리상 불가피하다. 우정노조의 단기 파업만으로도 배송에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정노조 내 집배원은 1만 7,000명으로 위탁 배송원(3,000명)의 6배에 달한다. 현재로서는 우본이 인력을 늘리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적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어 사실상 불가능한 해결책이다.



◇노조 파업에 또 숙인 정부…피해는 다시 집배원=우정노조의 이번 사회적 합의에 대한 반발은 예고된 결과다. 지난 2019년 우정노조는 잇따른 집배원의 과로사를 막아달라며 파업을 결정했다. 2015~2019년 사망한 집배원만 97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년 전 우정노조의 요구와 2년 후의 택배노조 요구가 사실상 같다.

정부는 당시 해결책으로 간접 고용 형태의 위탁 배달원을 투입해 집배원의 업무 부담을 줄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은 결과적으로 집배원의 노동강도를 높이는 꼴이 됐다. 택배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배송되지 않은 물량이 집배원에게 전가된 것이다. 실제로 택배노조는 과로사 방지 대책 이행을 요구하기 위해 최근 9일간 총파업을 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설 연휴 전에도 파업을 예고하면서 주장을 관철하는 게 일반화됐다. 결국 택배노조의 ‘파업’은 성공했다. 이날 사회적 합의로 위탁 배달원은 내년 1월부터 분류 인력에 제외된다. 이로 인해 집배원은 분류 업무를 떠맡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직접 고용을 한 집배원을 돕기 위해 위탁 배달원을 투입했는데 위탁 배달원 처우가 더 나아지는 역설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택배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집배원은 다시 과로사를 걱정할 상황”이라며 “위탁 배달원 처우만 나아지는 것은 집배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친노동정책의 역설…을의 갈등됐다=문재인 정부의 친노동정책은 노조의 권리 보장으로 요약된다. 문제는 노조가 전체 근로자를 아우르지 못하면서 을과 을의 갈등 양상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율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90%는 비노조원인데 산업구조적으로 노조를 결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영세성과 근로자 수 등의 이유로 노조 결성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인 게 현실이다. 여기에 원·하청과 직간접 고용이 뿌리 깊다.

이렇다 보니 기존 거대 노조와 택배·화물처럼 우리 생활과 직결된 공공 부문에서 노조 활동이 더 활발해지고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국민의 불편을 외면할 수 없어 늘 공공 부문 파업에 대해서는 물러서는 모습이 반복됐다. 이로 인한 비노조원의 상대적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노조에 지나치게 우호적인 측면이 있다”며 “노조가 아닌 근로자라든지 노조원 가운데서도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조합원의 이익은 반영되지 않고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근로자 간 공정성 문제로 불거지는데 조합원과 비조합원,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갈등이 이런 양상”이라며 “노조로 힘의 균형이 기운 상황은 기업의 경영 부담과 소극적인 고용도 낳아 총량적으로 노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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