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미 NBC 방송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BC는 소식통 세 명을 인용해 미국이 이란과의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복원하기 위해 미국과 이란 측 협상 대표들이 이 같은 방안을 간접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은 현재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 합의 복원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는 핵 합의 복원에 앞서 대이란 제재부터 풀어야 한다는 이란의 주장을 일부 수용할 의지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19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 무인기를 격추한 사건과 관련해 이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와 다른 고위 관계자들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 미 기업과의 금융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실질적 경제 제재 효과를 노린 것이라기 보다는 이란의 최고 정치 권력이자 이란 국민의 정신적 지주인 하메네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정치적 상징 조치로 해석됐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제재 해제가 이란과의 협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핵 활동을 제한하는 것과 실질적 효과가 미미한 제재를 가하는 것 중 무엇이 우선순위인지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NBC는 “하메네이에 대한 제재에는 정치적 의미가 담겨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상대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 대해 강경한 공화당에서 제재 해제를 비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풀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얘기는 이란에서도 한 차례 제기된 바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측근은 미국이 자국 고위 간부 일부에 대한 제재를 풀기로 했다고 언론에 밝히면서다.
다만 미국은 이를 부정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핵 합의에 복귀하기 위해 취해야 하는 제재 등과 관련된 절차는 논의 대상"이라면서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무엇도 정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NBC에 답했다.
핵 합의는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및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것으로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부활시켰으나 올해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합의에 복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지난 4월부터 빈에서 미국을 제외한 핵 합의 당사국 공동위원회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NBC는 미 정부에서 일했던 관계자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협상의 윤곽이 나왔다면서 양측이 처음에 제시했던 핵 합의 복원 조건을 일부 양보하기로 했다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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