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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목에 숨겨진 진화론의 허상

■책꽂이-굿 이너프

다니엘 S. 밀로 지음, 다산사이언스 펴냄





과거 기린은 높은 곳의 먹이를 먹기 위해 긴 목을 가지도록 진화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 논리는 실제 기린을 눈으로 본 적이 없는 진화론자들의 일방된 주장이었다. 기린은 긴 목이 무색할만큼 낮은 곳에서 자란 풀을 즐겨 먹는다. 특히 먹이가 부족해지는 건기에는 다른 동물들과의 경쟁을 무릅쓰고 낮은 곳의 풀을 먹는다. 그러다가 먹이가 풍부한 우기가 돼서야 높은 곳의 잎을 먹는 모습은 기린의 긴 목이 생존을 위해 최적으로 진화된 것이라는 판단에 의문을 갖게 한다. 기린의 목은 진화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 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다니엘 S. 밀로는 책 '굿 이너프'를 통해 최적의 존재만이 살아남는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저자는 진화를 설명할 새로운 방식으로 '굿 이너프' 이론을 제시한다. 굿 이너프는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최적의 형질로써 자연에 선택된 것이 아니라, 그저 도태될 만큼 충분히 나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라는 논리다.

1859년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한 이래로 인류는 자연에 존재하는 효율, 최적화에 따른 적자생존의 법칙이 인간 사회에도 적용된다는 논리를 강화해 왔다.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 따르면 모든 생물은 생존 능력이 뛰어난 최적의 개체만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종은 모두 도태되어 멸종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는 달리 실제 자연에 존재하는 것은 저마다 약점을 가진 생물들이라고 책은 주장한다. 인류를 발전시킨 뇌 역시 초기에 아무 기능 없이 뿔 매미 같은 머리 장식이 유지되는 등 오히려 단점만 관찰되는 사례가 수없이 나오고 있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자연은 물론 인간 사회에서도 적자생존이 아니라 평범한 종이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인류 사회에서 적자생존 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이유는 인간의 뇌가 탁월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뛰어난 인간의 뇌는 과거와 달리 외부의 위험이 거의 사라진 오늘날 그 기능을 발휘할 곳이 사라지자 과도한 탁월성을 쫓으며 인간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더 나아지지 않으면 곧 도태될 것처럼 경쟁사회를 만든 것은 이러한 인간 뇌의 특성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인류가 자연에서의 생존, 그리고 유전 형질을 물려주려는 경쟁에서 이미 모두 승자가 된 오늘날, 현대사회의 경쟁은 단지 경쟁을 위한 경쟁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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