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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코끼리가 올라탄 것처럼 가슴이 쑤셔요"…AI는 이 느낌을 알까

■2029 기계가 멈추는 날

게리 마커스·어니스트 데이비스 지음, 비즈니스북스 펴냄

자율주행서 빅데이터·딥러닝까지

인공지능 기술 급격히 발전하지만

아직 추론능력은 형편없이 떨어져

인간 뛰어넘는 완전한 지성되려면

딥 언더스탠딩 기술 개발 속도내야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에 쓴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오는 2029년이면 기술이 인간을 추월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의 뇌와 성능이 다름 없는 인공지능(AI)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커즈와일이 예측한 시점이 이제 불과 8년 뒤로 다가왔다. 과연 우리는 10년도 안 돼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때로는 영화 ‘그녀(Her·2013)’에서처럼 AI와 감성 연애를 즐기며 살 수 있을까.

이런 상상에 대해 미국 매세추세츠 공과대학(MIT) 출신의 저명한 인지과학자 게리 마커스와 뉴욕대 쿠란트 수학연구소의 컴퓨터공학자 어니스트 데이비스는 ‘그 날’이 그렇게 빨리 오지 않을 것이라고 공저 ‘2029 기계가 멈추는 날(Rebooting AI)’을 통해 단언한다. 마치 AI 시대 도래를 앞두고 과하게 들떠 있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냉수 한 잔을 건네듯이 말이다. “AI가 기후 변화, 빈곤, 전쟁, 암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것”이라는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의 전망이나 “AI 연구는 악마를 소환하는 일이며 핵무기보다 해로울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주장 등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느낌이다.

AI가 인류의 앞날을 크게 바꿀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두 학자 모두 이견이 없다. 자율주행, 음성인식, 빅데이터, 딥 러닝 등과 관련된 기술이 지난 몇 년 새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딥 러닝은 특히 AI 영역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거대한 데이터 세트가 전제될 경우 통계적 근사치 측면에서 딥 러닝은 대단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변수 가공이라는 성가신 일이 발생하면 오류 확률이 커진다. 무엇보다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닮으려면 추론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직 형편 없다. 열거된 사실들을학습하는 능력은 있지만, 조금만 값을 비틀어도 기계는 혼란에 빠진다. 저자들은 AI가 완전한 지성이 되려면 “인간 언어 내에 묵시적으로만 존재하는 추론의 고리를 따라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가슴 통증이 있느냐’는 의사의 질문에 환자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지난 주에 잔디를 깎고 있는데 코끼리가 제 위에 올라앉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라고 답한다면 어떨까. 인간 의사는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별 고민 없이 이해할 수 있지만, 기계는 대화의 맥락과 은유를 이해하지 못한 채 대형 포유류와 잔디에 대한 횡설수설로 받아들인다. 이는 완전한 지성과는 한참 멀다.

이미지 인식 기술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옷을 입고 두 발로 서 있는 개 이미지를 적절히 해석하지 못하고, 거품이 묻은 야구 공을 카푸치노로, 거북이를 소총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현재의 Ai 기술 수준이 “완전한 지성이 아닌 알고리즘의 하나일 뿐”이라면서 “그런데도 전동 드라이버 하나를 발견할 걸 가지고 행성 간 여행이 가능해졌다고 외치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인간과 같은 지성을 갖추려면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 서로 인과적으로 연관된 독립체들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올바르게 추론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기술 수준이 그 지점까지 도달하려면 한참 멀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상식’의 중요성도 빼 놓을 수 없다. 언어를 이해하려면 세상의 규칙과 불규칙을 통합해서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상식을 알지만, 그 누구도 ‘정확한’ 상식을 모르기 때문에 기계에게 상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저자들은 인간과 같은 지성을 가진 AI가 가까운 미래에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인간을 곤경에서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나서는 ‘스타워즈’의 R2-D2를 기대하거나, 인간을 말살하기 위해 미래에서 현재로 오는 ‘터미네이터’ 속 기계 병기의 출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언젠가는 인간을 닮은 AI가 출현할 것이다. 저자들은 그 점에 동의하면서,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그 날’이 오기 전에 인간과 AI의 공존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을 차근차근 준비하자고 제안한다. 딥 러닝 보다 더 중요한 딥 언더스탠딩 시스템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해 기계에 부여하고. 발생 가능한 윤리 문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제도와 법도 준비하면서 말이다. 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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