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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부동산 해법의 역발상, S(School)주택

엇박자로 정책 실패…서민·청년층 분노

신도시·그린벨트 등 기존 접근 탈피해

초중고·대학 활용, 住學복합단지 공급

부동산 안정·저출산 해법 창의성 필요

고광본 선임기자




기자가 사는 서울 성동구의 한 역세권 전용면적 85㎡(32평형) 아파트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4년 전에 비해 매매가는 갑절, 전·월세와 반전세 가격은 60%가까이 올랐다. 7억원대이던 매매가가 14억원대로 폭등했고, 5억원 후반대이던 전세가도 월세를 100만원 이상 얹어줘야 할 정도다.

자연스레 내집 마련의 꿈이 까마득히 멀어진 서민과 청년의 분노와 좌절감은 형언키 힘들다. 중산층이라 자부하면서도 전세를 살던 소시민의 상실감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만약 정부가 ‘미국, 유럽, 중국 등도 예외가 아니지 않느냐’라든지,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에 투기꾼의 발호,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유동성 증가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면 참 염치없는 일이다. 수많은 시민의 ‘촛불혁명’에 기반해 집권한 처지에서 할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초기부터 부동산 시장에 몰리는 부동자금을 생산적인 자본·투자·기업 시장으로 물꼬를 터주기 위한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했다. 부동산 세금은 높이면서도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특혜는 늘리거나, 투기수요 억제책 위주로 접근하며 양질의 주택공급책은 부족하다든지 정책 엇박자도 잇따랐다. 분양가상한제는 취지는 달성하지 못 하고 로또 분양을 양산해 무주택자의 소외감만 커졌다. 사방에서 강남으로 통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에 박차를 가하거나 수능 비중 확대나 특목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추진을 발표해 강남 집중을 초래하는 모순도 발생했다. 당초 강북 뚝섬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강남 삼성동에 둥지를 트는 것도 한 예다. 심지어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파트값 폭등이라는 달콤한 꿀을 포기하기 싫어 엄중한 공직을 내던져 아연실색케 했다. LH사태에서 보듯이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공무원과 공공기관·공기업 임직원들이 투기에 뛰어드는 ‘내로남불’도 여전했다.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서는 투기수요 억제 못지 않게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신속하고 저렴하게 양질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넉넉치 않은 그린벨트를 풀거나 외곽에 신도시를 짓는 등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서울과 광역시의 초중고와 대학을 활용한다든지 역발상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 추진이나 3기 신도시(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광명·시흥)보다 훨씬 빠른 효과가 기대된다.

예를 들어 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학교의 자투리땅과 일부 운동장, 노후건물을 활용해 주거·체육문화·보육 시설 등 주학(住學)복합단지(가칭 S주택, School 주택)를 짓는다고 해보자. 서울만 해도 1,400여개의 초·중·고와 50여 대학이 있는데 각각 100여가구와 300~500가구씩만 공급해도 약 15만가구를 조기에 공급할 수 있다. 이를 신혼부부를 비롯 젊은층, 자녀가 있는 무주택 가정 위주로 공급하면 출산, 보육, 교육 환경이 조성돼 부동산값 안정도 꾀하고 인구절벽의 위기도 적잖게 해결할 수 있다. 학교도 고급 체육·문화·보육시설을 같이 활용할 수 있다. 전문성이 있는 입주민은 학교에 재능기부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일부 시설은 인근 주민에게 개방할 필요도 있다. 자연스레 학교와 사회와의 소통이 증가하며 여러 긍정적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물론 S주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직원과 학생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 젊은 교직원은 물론 은퇴 교직원에게도 추첨을 통해 일부 물량을 할애할 수도 있다. 은퇴 교사 등이 보육시설이나 돌봄교실에서 근무하면 세대통합 효과를 꾀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공사 과정에서 학생의 학습권 침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저출산 해법은 우리 사회가 풀기 힘든 고차 방정식이다. 공동체의 존립을 위해서는 그만큼 창의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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